저축은행 M&A 규제 완화, '빈익빈부익부' 양산 가능성

당국, 권역별 인수합병 규제 완화 검토
"부실 정리 대신 수도권 쏠림 심화 가능성"

입력 : 2023-05-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과점 깨기를 명분으로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 완화에 나설지 관심이 쏠립니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케해 경쟁력을 키우고 일부는 지방은행로의 전환을 통해 경쟁을 키우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당국의 의도와 달리 우량업체 간 결합을 통해 저축은행 대형화를 부추겨 업권 양극화 현상이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29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가동 중인 금융위원회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 관련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용 여부, 향후 추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과거 정부 정책이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전횡을 막고 몸집 불리기 경쟁으로 인한 부실 대응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은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대형 저축은행이 소규모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지역 서민금융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행 규정상 79개 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지역별 6개 구역으로 영업 제한을 받고 다른 지역 간 합병은 허용되지 않는데요. 정부는 서로 다른 구역 간 저축은행 합병을 허용하고 동일 대주주의 보유 저축은행 수도 3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그동안 저축은행이 타 금융권보다 실적 호조를 보여 적극 추진되지 않았지만 최근 저축은행 업계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M&A 규제완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역 경기 침체 여파로 지방 저축은행 80~90%가 도산 위기에 처한 만큼 건실한 대형 저축은행이 부실한 지방 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대원과 대아 등 지방에 위치한 저축은행의 경우 매물로 나온 지 오래됐는데도 불구하고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자금력 있는 대형 저축은행이 지방 중소형 저축은행을 인수해 퇴로를 열어주면 업계가 재편돼 저축은행 간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 거점을 둔 상위 10개(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모아·KB)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73조5781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나머지 69개 저축은행의 자산을 모두 합친 금액(65조152억원)보다 8조5629억원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정작 저축은행 업계 내에서 M&A가 이뤄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수도권 2~3곳을 제외하고 대부분 저축은행이 적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수신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와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때문에 수도권 저축은행이라 해도 지방 저축은행을 거둘 여력이 없다는 겁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 순손실(잠정)은 약 600억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저축은행이 적자를 낸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으로 약 25개 저축은행이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 저축은행발 위기가 번질까 전전긍긍하는 것은 그만큼 저축은행 업계가 급하다는 방증인데 부실 저축은행 인수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부실하지 않은 저축은행까지 인수대상으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자칫 저축은행 대형화와 수도권 집중현상이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TF에 참여한 한 민간전문가는 "수도권 저축은행이 지방 저축은행보다는 사정이 낫겠지만 수도권도 좋은 상황은 아니라서 결국 지방 저축은행을 소유한 금융지주 등에서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규제가 완화되면 수도권 저축은행을 인수하려고 들 것"이라며 이런 우려를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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