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길들이기 'No'…KBS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시 '사장 사퇴'"

대통령실 권고에…KBS "분리징수 추진은 공영방송 근간 훼손"
대법원은 "적법하다"…정권 유불리 따라 징수방법은 오락가락
야당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하라"·KBS "수신료 가치 돌려주겠다"

입력 : 2023-06-08 오후 4:16:28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1994년부터 한국전력(015760)이 전기요금에 합산해 걷고 있는 수신료 통합징수방식에 최근 제동이 걸렸습니다. 대통령실이 KBS 수신료를 분리징수 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법령개정을 권고한 까닭입니다. 공영방송의 근간인 수신료 재원이 흔들리자 김의철 KBS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를 철회하면 사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정부가 KBS의 주요 재원인 수신료를 볼모로 잡아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방송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산임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입니다.
 
대통령실 권고에…KBS "분리징수 추진은 공영방송 근간 훼손" 
 
KBS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수신료 통합징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징수 방식으로, 수신료 징수 방식의 변경은 보다 면밀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의철 KBS 사장(가운데)이 8일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KBS 수신료 분리징수 안건' 공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득표수는 96.5% 찬성으로 마감됐습니다. 현재 TV 수신료는 월 2500원입니다.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한국전력이 일괄 징수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국민참여 토론 과정에서 공영방송의 공정성 및 콘텐츠 경쟁력,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지적됐고 이에 따른 수신료 폐지 의견이 많이 제기됐다"며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령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의철 KBS 사장은 "이번 권고안 결정에 있어 사회적 제도로서 공영방송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이 있었는지, 다양한 시각을 지닌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충분한 논의를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논의 과정에서도 KBS는 철저히 배제된 채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제안 토론 당시 중복 투표 가능성 등 절차상의 문제점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의철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철회하는 즉시 저는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요청을 비롯해 방통위와 산업부와 KBS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통해 수신료 징수 방안을 논의하자고 공개적 제안에도 나섰습니다. 김 사장은 "현 정부가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통해 공영방송 근간인 수신료 재원을 불안하게 만들고, KBS가 공적 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돼 위기를 맞으면 이런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적법하다"…정권 유불리 따라 징수방법은 오락가락 
 
2016년 대법원은 수신료 통합징수 관련 소송에서 현행 방식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통합징수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인정한 것이죠. 헌법재판소도 수신료를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공익사업의 경비조달을 위한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했습니다. 
 
공영방송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 선진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사회적 제도입니다. 이들은 한국 대비 높은 수신료를 받고 있습니다. KBS는 "한국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비슷한 이탈리아의 수신료는 KBS의 4배가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4.8배, 영국은 8.6배, 독일의 수신료는 10.6배에 달합니다. 직원 수를 비교해본다면, 영국 BBC는 약 2만명, 일본 NHK는 1만명이 넘지만, KBS는 4000여명대에 불과합니다.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례, 해외 사례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징수 방법에 대한 논란은 잊을만 하면 불거져 나왔습니다. 2003년 노무현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분리징수 입법을 추진했지만, 박근혜정부에서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을 내놨습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를 만든 바 있습니다. 보수냐 진보냐 할 것 없이 정권에 따라 입장의 유불리에 따라 수신료 징수 방법을 '뜨거운 감자'로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KBS 신관. (사진=뉴스토마토)
 
야당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하라"·KBS "수신료 가치 돌려주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신료 징수방법이 이슈로 떠오르는 것은 결국은 정권의 '공영방송 길들이기' 방법 아니겠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론몰이식으로 공영방송 위기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윤석열정부의 경우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방송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 이후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위한 재원 대책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오로지 KBS 장악을 위한 협박"이라며 "수신료 분리징수 이후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위한 재원 대책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오로지 KBS 장악을 위한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수신료 징수방법을 둘러싼 여론전 속에 KBS는 공영방송의 존재 가치를 피력하며, 수신료 가치를 돌려드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의철 사장은 "소중한 수신료 수입으로 KBS는 한민족방송, 국제방송, 장애인방송 등 다양한 공영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민들께서 보여주신 지적과 질책에는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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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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