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국은행이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인상 종결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데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언제 내릴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주요국 긴축 정책과 발맞춰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1분기쯤 금리 인하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보면 하반기 성장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물가 등 나머지 톤은 기존과 같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률은 1%대로 전망돼 경로 안에서 움직이고 있으면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까지는 없는 데다 물가도 완전히 안착했다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내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요인입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연내 2회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연준이 7월 FOMC에서 우선 0.25%p 금리를 올린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데요. 이 경우 한국(3.5%)과 미국(5.25~5.5%)의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2%로 확대됩니다. 금리 역전 차가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외환 시장이 흔들릴 우려가 높습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만큼 한국도 당연히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금리 인하 시기를 내년 1분기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경기에 대한 판단이 부정적이라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올해 내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주택 가격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새마을금고를 포함해 금융권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어 금융 안전성 측면에서 미국 연준보다는 한은이 내년 1분기쯤 먼저 금리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8월 이후부터 높아져 연말까지 3%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물가가 목표치인 2%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주요국 추가 긴축 정도, 외환 부문 불확실성, 가계부채 흐름도 지켜봐야 해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는 게 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금통위원들이 만장 일치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두고 있어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위원은 아직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노무라증권이 중국 다음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국가로 한국을 꼽은 데 대해 "특정 리포트에 대한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제시하는 등 여러 전망치 중 극단에 존재한다"고 답했습니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사진=한국은행)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