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19일 16: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유망한 대체 투자처로 평가받던 해외부동산이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증권업계에선 안정적인 임대소득을 기대하며 미주와 유럽 지역 오피스와 호텔, 물류센터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재택근무 확산과 고금리 상황에서의 인프라 감축으로 해외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졌고, 이는 잠재적인 부실 리스크가 됐다. 이에 <IB토마토>는 근원적인 해외 부동산 시장의 침체 원인부터 각 증권사들의 리스크 요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해외부동산 투자 리스크가 증권사 하반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앞서 국내 해외부동산 투자의 선도자 역할을 한
미래에셋증권(006800)의 경우 올 3분기 실적에서 해외부동산 익스포저가 실적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유럽지역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8년부터 국내 증권사가 투자를 진행한 유럽 지역 부동산 익스포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해외부동산 리스크
(사진=미래에셋증권)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NH투자증권(005940)이 자사 발행 리포트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3분기 연결 지배순이익을 전년 대비 6.7% 하락한 966억원으로 추정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7000원에서 6500원으로 7.1% 하향했다.
이 같은 전망은 미래에셋증권이 투자를 진행한 투자자산들의 평가손실 인식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NH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에 투자의견을 통상적인 '매수'가 아닌 '보유'로 유지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약 4조원 규모의 해외투자자산 건전성 우려가 확대돼 투자심리가 저하했다"라며 "하반기부터 비시가성 자산 재평가 시 손실 반영이 예상돼 2023년 및 2024년 주당순자산가치(BPS)를 하향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도 미래에셋증권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0.5% 하향했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를 진행한 해외 대체투자처에서 공실률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이 발생했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미래에셋증권의 운용손익을 전분기대비 30% 감소한 902억원으로 추정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해외 대체 투자의 선도자로 평가받았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주도했다고 알려진 해외 대체투자는 홍콩, 유럽, 미국 등지의 오피스빌딩은 물론 호텔과 리조트를 비롯한 유락시설부터 물류창고까지 다양하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이 인수를 진행한 주요 해외 대체투자 자산으로는 오피스빌딩 △중국 상하이 푸동 오피스타워 △미국 워싱턴DC 1801K 스트리트빌딩 △미국 Novo Nordisk North America HQ 빌딩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중부본사 빌딩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빌딩 △독일 뒤셀도르프 보다폰 본사 빌딩 △미국 애틀란타 스테이트팜 동부본사 빌딩 △프랑스 마중가타워 빌딩 등이 있다.
호텔과 리조트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미국 와이키키 하얏트리젠시호텔앤스파 △미국 페어몬트 오키드 하와이 호텔 등이 있고 인프라 관련 부동산 자산으로는 미국 애틀란타 아마존 물류센터, 폴란드 브로츠와프앤코닌 물류센터 등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바뀐 시장상황
(사진=픽사베이)
국내 증권업계에서 해외부동산 투자가 주목받은 것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17년 이후 미국 기준금리 안정화와 더불어 반도체 시장 대호황으로 활황세를 이어가던 증시는 2018년 들어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고부터 불황으로 접어들었다.
이때 증권업계의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은 것이 바로 해외부동산 투자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이었던 해외부동산은 꾸준한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과 꾸준한 우상향을 그리던 부동산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여행객 수요와 아마존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체의 부상은 국내 증권업계로 하여금 해외부동산 특히 호텔과 리조트, 물류창고 투자로 이어지게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바꿔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 팬데믹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행 급감으로 가장 먼저 리조트와 호텔이 타격을 받은데 이어 코로나19의 완화 이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정체가 본격화했다. 방점을 찍은 건 유럽과 미주 지역의 재택근무 확산과 2022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산에서 공실률 증가와 투자 자산가치 하락이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잔액 55조8000억원 중 기한이익상실(EOD·Events of default) 사유가 발생한 투자규모는 1조3300억원으로 단일 사업장(부동산) 투자규모의 3.7% 수준으로 나타났다. EOD는 선순위 채권자에게 이자 또는 원금을 미지급하거나 자산가치가 하락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조건 미달 등으로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권 총자산 대비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는 1% 미만에 불과해 금융당국은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지만, 후순위채 위주의 투자가 이뤄졌고 지난 주요 투자자산 가격 하락이 있기 전인 시기에 투자가 진행된 점은 불안 요인으로 뽑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사 신용등급을 보유한 23개 증권사(대형사 8개·중소형사 15개)의 해외 대체자산(부동산 및 SOC) 투자 규모가 14조1000억원 중 전체 투자액 중 2018~2019년 시기에 투자한 비중이 45%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용도별로는 오피스가 전체의 56%인 6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숙박(18%), 리테일(3%) 순이었다. 주요 투자 지역은 미국(46%, 5조원)과 유럽(37%, 4조원)이 차지했다.
정문영
한국기업평가(034950) 연구원은 "최근 가치 하락이 큰 오피스 자산을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존재한다"라며 "현재까지는 선순위 대주단과의 협의를 통해 만기연장 등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부 사업장은 매각을 통한 회수 결정으로 투자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실적 반영엔 아직...그러나 들리는 경고음
미래에셋증권과 같은 경우 손실이 실적에 반영됐지만 아직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 코로나 이전 진행한 해외부동산 투자는 아직 실적에 반영되고 있지 않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장의 뇌관이 되고 있다. 실제 외신에선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가 진행한 바 있는 미국과 런던 오피스 시장의 공실율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상업용 부동산 전문 조사회사 코스타(CoStar)의 예비 데이터를 인용하며 런던, 뉴욕, 샌프란시스코의 공실률은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올해 3분기에 최고치로 올랐고 사무실 투자는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공실률은 3분기에는 20%에 이르러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팬데믹 이전 평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나타났다. 런던의 경우 공실률은 3분기에 9%를 기록해 소폭 회복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훨씬 낮은 전년 대비 5분의 1 이상 하락했다고 진단됐다. 세계 금융의 심장부인 뉴욕에서도 상황은 비슷해 3분기 공실률은 13.4%로 유지되어 20년래 최고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 마블아치플레이스(위)와 샤프츠버리애비뉴빌딩(아래) (사진=NH투자증권, KB증권)
앞서 지난 2021년 NH투자증권은 ARA 유럽&코리아(Europe&Korea)와 함께 영국 런던 웨스트 앤드(West End) 핵심지구에 소재한 상업용 부동산 '마블 아치 플레이스(Marble Arch Place)'를 인수했다.
해당 투자가 이뤄진 마블 아치 플레이스는 런던 웨스트엔드(West End) 핵심지구에 소재한 오피스 빌딩으로 연면적 1만3718㎡(약 3986평)으로 상업용 부동산 건물이다. NH투자증권은 ARA코리아가 설정한 펀드를 통해 원화 약 1900억원을 투자했다.
KB증권도 런던 상업지구 빌딩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KB증권은 영국 런던 샤프츠버리 애비뉴 125번가에 자리한 빌딩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매입 규모는 2억6700만파운드(약 4400억원)으로 KB증권은 새마을금고와 함께 지분(에쿼티) 투자 방식으로 18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당시 목표수익률은 우선주 5.2%, 보통주 7.3% 수준이었다.
정대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대체투자 중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된 투자 리스크에 가장 주목해야 한다"라며 "현재 국내 금융사의 해외 대체투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서 리스크가 높은 후순위와 에쿼티 투자잔액이 높아 일부 회사들에게는 자본이 크게 감소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