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 인상만 '만지작'…"한시적 대응, 구조 개선 필요"

산업용 계약 전력 300kWh 이상에 인상 적용 검토
전기 판매·사용량 산업용이 50% 넘는 비율 차지
"향후 일반용 인상 불가피…구조 개선도 필요"

입력 : 2023-11-07 오후 3:06:23
 
[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정부가 전기소비자에게 요금을 부담하는 방식이 아닌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력 사용량과 판매량의 반절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 요금이 오를 경우 일시적으로 한국전력의 경영난에 숨통이 트일 거란 전망입니다. 
 
하지만 적자와 채무 굴레에서는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내년 총선 여론을 의식한 묘수일 뿐, 일반용·소상공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7일 세종관가와 에너지공기업 등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은 검토 중입니다. 산업용 요금제는 광업·제조업 및 기타 사업에 사용하는 전력으로 기업들이 주된 대상입니다.
 
‘산업용 계약 전력 300kWh 이상’에 적용할지 여부를 두고 당정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반용·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산업용 요금만 인상하는 배경에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7일 세종관가와 에너지공기업 등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은 검토 중입니다. 사진은 전기요금 고지서. (사진=뉴시스)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지난해 전기 판매량 중 산업용이 54% 차지했습니다. 일반용 23%, 주택용 15%로 나타났습니다. 판매액도 산업용이 53%로 가장 많았습니다. 일반용은 27%, 주택용은 15%가량입니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판매 금액은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습니다. 2022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산업용 전기요금은 MWh당 144.7달러입니다. 우리나라는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MWh당 95.3달러입니다. 전기요금이 집계된 OECD 36개국 중 33위를 기록할 정도로 하위권입니다. 
 
산업용 전기가 가장 비싼 곳은 이탈리아로 MWh당 31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산업용 전기가 약 3배가량 비싼 셈입니다. 
 
문제는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이 이뤄진다해도 한전의 재무 위기는 일시적 해소에 불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높습니다. 내년 총선 이후 일반용·소상공인용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욱이 추가 자구안 마련과 근본적인 전기 판매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산업용이 우리나라 전기의 54%로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30대 대기업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대기업 중심으로 가격 신호를 주는 것이라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OECD 국가 대비 산업용 전기 요금이 우리나라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그런 차원에서 요금 정상화는 필요하다"며 "당장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한전 재무 위기 등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지만, 워낙 부채와 적자 규모가 심했기에 추후 일반용·소상공인용 전기요금 인상까지 확산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창호 가천대 교수는 "단기적으로 한전 부채 등에 해결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구조 자체를 개편하는 게 중요하다. 당장 적자니까 요금을 올려 메꿔주고 하는 방식은 한시적인 대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전기를 사 와서 파는 구조다. 사 올 때 비용을 얹어서 팔아야 정상"이라며 "비쌀 땐 요금을 올리고 저렴할 땐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비용 변동 요인이 생기면 조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요금이 정치적·정책적인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산업부와 한전 측은 "전기요금 조정 여부, 대상, 수준 등에 대해 관계부처와 검토중이며 조정 방안이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습니다. 
 
7일 세종관가와 에너지공기업 등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은 검토 중입니다. 사진은 전기계량기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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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