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전국의 변호사와 교수 등 전문가 1000여명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시민사회 원로들까지 나서 노란봉투법이 즉각 공포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세상을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2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많은 노동자가 피 흘리고 시민들이 고초를 겪었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비정규직 1000만 시대에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대통령은 개정된 노조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중배 뉴스타파 함께재단 이사장, 명진 스님,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권영길 평화철도와 나아지는 살림살이 이사장 등 참여해 언론·종교·학계와 노동계 원로 136인이 성명을 냈습니다.
시민사회 원로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이들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 “법률안이 위헌적이거나 집행 불가능할 때만 행사하는 것이 대통령 거부권”이라며 “이미 헌법재판소는 노조법 개정안이 헌법 정신을 올바로 구현했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또 유엔 자유권위원회도 한국이 노조법 개정을 권고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이 이런데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헌법을 무시하고 국제규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소수 재벌만을 위한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인 폭거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 법안, 조속히 공포해야”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 3일 한국의 제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서 모든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와 단체교섭권, 파업권을 완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노조법과 여타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앞서 노란봉투법은 지난 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통해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실질적인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했고,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등을 제한한 법안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방송 3법과 함께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촉구하며 9일째 단식투쟁 중인 남재영 목사(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대표)는 “노조법 개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노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 법안을 반대할 아무런 이유도 명분도 없다. 더 이상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일이 없도록 대통령은 이 법안을 공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