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적용 또 유예?…유족·시민사회 나섰다

50인 미만 사업장서 중대재해 80%
“유예연장 개정안 당장 폐기돼야”

입력 : 2023-11-22 오후 4:38:12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산업재해 피해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내년 1월 중대재해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가 예정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021년 공포 이후 3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법 적용 두 달여를 앞두고 또다시 유예 연장 논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대재해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며 더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국 산재 피해자 유족들과 시민사회 연대 단체인 ‘시민안전행동’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는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기업의 범죄행위임을 사회적으로 확인한 것이 중대재해법 제정”이라며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 연장은 단순한 시기 연장의 문제가 아니라 중대재해법을 통째로 사문화하고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지난 10년간 사망한 노동자가 1만245명이고 작년에만 707명이 죽었다”며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연장을 반대하고 이에 대한 개정안도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지난 9월 서울 종로구 DL이앤씨 돈의문 사옥 앞에서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 공동행동 회원들과 중대재해 피해자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중대재해법 유예 연장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보류를 요구하면서 안건에서 제외됐습니다. 임이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12명은 중소기업의 중대재해법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지난 9월 발의한 바 있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27일부터 적용 예정
 
법률은 2021년 1월 공포 후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됐고,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원 미만)에 대해선 2년을 더 유예해 2024년 1월27일부터 확대 적용됩니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는 모두 874명으로, 이 가운데 81%인 707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했습니다. 5~49명 사업장에서 365명,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42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2018년 한국서부발전에서 숨진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생명안전행동 공동대표는 “아들을 잃은 지 벌써 5주기가 다가왔지만, 세상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면서 “3년 동안 안전조치를 할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아무것도 안 했는데, 시간을 더 준다 한들 안전조치를 하겠냐. 50인 유예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규탄했습니다.
 
김혜진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도 “중대재해법 유예는 시민들의 위험 노출도 높인다”며 “구미 불산 누출사건에서 보듯이 화확물질 누출의 피해는 지역적으로 확산된다. 또 건설현장에서 작은 하도급업체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붕괴로 인한 시민 위험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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