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제공자도, 투약 목격자도 있는데 음성이면 처벌은?

본인 인정, 제보자 진술 신빙성, 메시지 등 물적 증거로 종합 판단 필요

입력 : 2023-11-27 오후 4:40:53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씨가 마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며 검찰 송치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마약 제공자, 투약 목격자의 진술은 물론 당사자가 투약을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지만 실질적인 처벌로 가려면 투약을 했다는 보강 증거가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27일 "이씨가 (마약 투약을)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법정 진술이 아니라) 큰 의미가 없다"며 "얼마만큼 투약했는지 확인하는 수사를 진행 중이며 투약 사실 이외 별개의 수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씨가 유흥업소 실장 A씨와 나눈 통화와 메시지 등을 통해 이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정황 증거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이씨 등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로 현재 구속기소된 상태입니다. 또 A씨와 이씨 등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현직 의사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습니다.
 
'보강 증거'가 유죄 가른다
 
이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정황들이 여럿 나왔지만, 경찰 수사는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씨가 마약인 줄 모르고 투약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결정적으로 모발과 소변 검사 등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처벌은커녕 검찰 송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마약 사건 전문인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는 "주기적으로 마약을 계속한 사람이 아니라면 음성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당장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과수 검사 결과 외에도 조사를 시작하게 만든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 문자 메시지나 돈이 오간 내역 등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데다 이씨는 마약인 줄 모르고 먹었다고 진술했기에 그 신빙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수 지드래곤의 경우도 모발과 손발톱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유명 연예인들의 검사 결과가 잇단 음성을 나타내며 이들의 유무죄를 가릴 방법은 진술 등을 포함한 보강 증거뿐입니다.
 
양성이어도 무죄 판례…진술 신빙성 인정이 관건
 
보강 증거가 중요한 이유는 마약 투약 결과가 양성이 나오더라도 여러 정황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유무죄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모발 감정 결과 필로폰 양성 판정을 받은 피의자가 재판에서 투약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고, 당시 대법원은 모발 감정 결과 외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는 "마약 검사를 할 때 머리카락을 100가닥 내외로 뽑아 모근으로부터 몇 cm 떨어진 곳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는지 보면 투약 시기를 알 수 있는데, 마지막 투약 시점이 오래되고 머리카락이 많이 길면 검출이 힘들 수 있다"며 "다만 검사 결과가 음성이 나왔다고 해도 자기 자백과 공범 또는 제3자의 증언이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유죄로 가는 보강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씨가 4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2차 소환조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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