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지방 부동산 시장이 날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감소 추세를 보이던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도 작년 말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고분양가가 직접적인 원인인데요.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된 아파트 단지는 좋은 청약 성적으로 기록하는 등 분양가로 인한 양극화가 커진 모습입니다.
1군 건설사 공급 지방아파트 '미달'
7일 한국부동산홈 청약홈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울산 남구 신정동 일대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문수로 센트럴' 단지가 559가구 모집에 42명만이 접수하며 미분양을 기록했습니다.
힐스테이트 문수로 센트럴 단지 투시도. (사진=현대엔지니어링)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브랜드 아파트 단지임에도 이처럼 청약 흥행에 실패한 것은 높은 분양가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힐스테이트 문수로 센트럴 단지는 분양가는 3.3㎡당 평균 2550만원, 전용 84㎡ 기준 8억9000만원에 달합니다.
이 단지로부터 약 1km 떨어진 문수로두산위브더제니스(2022년 4월 준공)가 같은 84㎡(C타입)가 지난해 12월 7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가 1억원 가량 높습니다.
지방도 자족기능·저렴한 분양가는 통했다
반면 같은 지방이라도 미분양의 늪을 피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방 아파트 단지가 청약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지방도시지만 자족기능을 갖추면서 2030세대들의 유입이 많은 경우입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충남 아산시 탕정면 일대에서 청약을 받은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가 약 3만3000여명이 몰리면서 평균 5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충남 아산과 인근 천안의 경우 꾸준한 인구유입으로 인해 미분양 물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가까운 지방도시라는 점과 GTX 연장노선의 수혜 등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천안시의 미분양 주택 가구수는 작년 1월 3916가구에서 12월 1297가구로 2619가구가 감소했습니다. 이는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도시 중 가장 많은 미분양 가구가 줄은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저렴한 분양가를 책정한 단지입니다. 본격적인 분양일정에 돌입한 광주광역시 '봉산공원 제일풍경채'의 경우 전용 84㎡ A타입이 총 894가구 모집에 1128명이 접수했습니다.
해당 단지는 낮은 분양가 책정으로 일부 타입에서 미분양을 피했습니다. 봉산공원 제일풍경채의 3.3㎡당 평균분양가는 1600만원 수준입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지난해 광주 지역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인 3.3㎡당 1811만원보다 200여만원 저렴합니다.
저렴한 분양가…건설사 '울며 겨자먹기'
대구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대구는 올해 1월 기준 미분양 가구가 1만124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사진=뉴시스)
다만 저렴한 분양가 책정은 당장 미분양은 피할 수 있더라도 건설사 수익창출 측면에서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또 하반기 금리인하 등 극적인 턴어라운드 요소가 없다면 지방 미분양 현상은 향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저렴한 분양가로 미분양을 피한 단지는 반대로 그만큼 건축비는 거의 비슷한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딜레마일 수 있다"며 "미분양은 이처럼 분양가격을 내리는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수요 자체가 제한적이고 시장상황이 안 좋다보니 수요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옥석 가리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