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갑질' 가구 3사, 수정된 계약조항 살펴보니

관련 조항 수정·삭제 조치…대리점과의 '상생' 주장
대리점 갱신 거절 등 시급한 문제 해결 목소리도

입력 : 2024-04-17 오후 4:22:05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대리점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은 가구 3사가 계약 조항을 변경했습니다. 대리점과의 상생을 위해 계약서를 손질한 건데요. 관련 전문가들은 가맹점에 비해 불리한 계약 조건에 놓여 있는 대리점을 보호하기 위해 향후 대리점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4일 대리점을 상대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가구업체 한샘(009240), 퍼시스(016800), 에넥스(011090)에 시정조치를 내렸습니다. 시정조치는 향후 재발방지명령과 통지명령으로 이뤄졌습니다.
 
한샘은 대리점 판매장려금 미지급, 판매가격 정보 요구가 각각 불이익제공행위, 경영활동 간섭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한샘은 지난 2017년 1월 대리점 계약서에 결제일까지 물품대금을 미납한 대리점에 판매장려금을 미지급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고 지난해 10월까지 이를 이어왔습니다. 이 기간 한샘은 총 78개 대리점에 2억6600만원을 미지급했습니다. 또 2020년 12월경부터 지난해 11월7일까지 소비자 환불 요구 시 신속한 분쟁 해결, 구매 고객 멤버십 포인트 제공을 이유로 경영정보시스템에 대리점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입력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자 한샘은 대리점에 미지급금 전액을 즉시 지급하고 올해 1월1일부로 대리점 계약서를 개정해 대리점이 결제일 이후 결제대금을 전액 완납하거나 담보실행을 통해 변제하는 경우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도록 판매장려금 제도를 재정비했습니다. 소비자 판매가격 정보 접근은 지난해 11월8일 내부 품의를 통해 특정부서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습니다. 현재는 본사 소비자 불만 대응 및 소비자 포인트 관리 담당자만 소비자 판매가격을 볼 수 있습니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은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하고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재정비했다"며 "앞으로도 대리점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지체 없이 진행해 준법경영에 힘쓰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한샘은 대리점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대리점 저금리 대출 '상생펀드' 운영 △대리점이 직접 점포를 내기 어려운 핵심 상권에 입점 할 수 있도록 돕는 '상생형 표준 매장 운영' 우수 대리점에 대한 매출 및 영업 지원 △대리점 직원 위탁 채용 및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퍼시스는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총 25개 대리점에 4300만원의 판매장려금을 미지급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4월1일 계약서를 개정하면서 판매장려금 지급 중지 규정을 삭제했는데요. 지난해 수정된 퍼시스의 계약서를 살펴보면 퍼시스는 대리점과 상호협의 하에 상품 판매 활성화 등의 목적으로 대리점에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 판매장려금 지급을 위한 판매장려금의 지급조건·지급시기·지급횟수·지급방법 등은 판매대리점 약정에 의한다고 했습니다. 공급업자는 약정기간 중 정당한 사유 없이 판매장려금과 관련한 사항을 대리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에넥스는 2013년 4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강제한 행위가 문제가 됐습니다. 에넥스는 이 기간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27개 대리점에 3억9100만원의 매출 페널티를 부과했습니다. 에넥스는 2021년 4분기부터는 매출 페널티 제도를 전면 페지하고 지난해 11월 대리점에 부과한 매출 패널티를 모두 환급했습니다. 
 
2016년 12월23일 대리점법이 시행된 이후 공정위가 가구 제조업체의 거래상 지위 남용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서 가맹점을 보호하는 내용과 비교할 때, 대리점법에는 대리점을 보호하는 내용이 적어 대리점을 상대로 한 본사의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현실입니다.
 
관련 단체는 이번 기회를 통해 대리점업계에 관행처럼 남아있는 불합리한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이번 공정위의 제재는 의미가 있고, 경향성도 좋다"면서도 "대리점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온라인화가 더욱 촉진되면서 본사가 온라인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거래가 훨씬 늘었다. 이에 따라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대리점 갱신 거절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실적으로 대리점 갱신 거절에 대한 보호장치가 거의 없다. 이런 해지 조치를 막을 수있는 제도적인 보완 장치가 적극적으로 강구되면 좋겠다"며 "앞으로 하나씩 수정을 해나가면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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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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