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박정훈 대령의 항명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지 주목됩니다.
이 전 장관이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로 채상병 특검 논란을 없애야 한다고 촉구한 가운데, 박 대령 측은 이 전 장관이 법정에 출석해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전 장관의 수사외압 의혹과 박 대령의 항명죄에 대한 사실관계가 뒤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대령의 항명죄 등 혐의를 재판하는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이 전 장관의 증인채택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박 대령 측은 지난달 29일 재판부에 이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박 대령 측은 이 전 장관이 지난해 7월30일 당시 수사단장이었던 박 대령의 채상병 수사결과를 보고 받은 상황과 이튿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서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한 이유 등을 직접 신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수사단이 경찰에 넘긴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일과 박 대령의 형사 입건 등에 대해 이 전 장관의 개입 유무가 밝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군검찰은 지난해 10월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등 혐의로 박 대령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박 대령 측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다음달 17일 예정된 4차와 5차 공판까지 검찰 측 증인 심문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후 우리 측 증인 심문이 진행될 텐데, 5차 공판 때쯤 증인채택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종섭 장관과 박진희 군사보좌관(현 제56보병사단장), 임기훈 국방비서관(현 국방대 총장)을 증인 신청한 상태”라며 “결국 ‘대통령의 격노’로 시작된 사건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도 추가로 증인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 형사재판의 증인 출석 전례는 없지만, 서면질의 등의 방법을 통해서라도 사실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특검법 급물살에 ‘공소 취소’ 지적도
정치권에서 채상병 특검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박 대령 항명 재판이 공소 취소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2일 박 대령 재판에 대해 “무조건 공소 취소를 통해 재판을 중지시켜야 한다”며 “만약 박 대령이 무죄가 나온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유”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국회에서 특검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건 수사외압이 있었다는 강한 의심을 갖고 진행되는 것”이라며 “외압이 있었던 상황이라면 박 대령의 항명죄가 성립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관건은 실제 공소 취소가 이뤄지려면 객관적인 상황 변화나 취소할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 전 장관은 전날 공수처에 자신의 소환조사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가 수사를 방기한 탓인지 정치권에선 소위 채 상병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 채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특검은 제도 취지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특검 추진 전에 공수처가 신속한 수사와 결정으로 논란을 불식시켜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