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지난 4월과 5월 건설공사비지수가 연이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설공사비지수의 상승은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자재와 장비, 노무 등의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사 현장의 인건비와 자재비 모두 급증하면서 사업성 담보를 위해 공사비를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치솟는 분담금 부담으로 공사비 증액안을 거절하는 발주처 간의 갈등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1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 4월 건설공사비지수는 전년 동월 127.45 대비 2.06% 상승한 130.08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5월 지수는 4월보다 0.1%, 전년 동월의 127.39보다 2.21% 오른 130.21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며 3월부터 2달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입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기존 공사비 자료에 대한 시차 보정과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등에 활용됩니다. 기존에는 2015년 지수를 100으로 잡았지만 최근 기준년도가 2020년으로 개편됐습니다.
하위지수를 살펴보면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 상승이 눈에 띕니다.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1년 12월 기준 116.47 수준이었다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글로벌 건설자재비 등이 인상되면서 2022년 3월 120을 넘긴 뒤 지속적으로 상승해 올해 5월 기준 130에 육박하는 수치까지 올랐습니다.
(이미지= 뉴스토마토)
건설업계 "수익 안나와" 대 조합 "분담금 우려"…갈등 확산
이처럼 건설공사비지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르자 전국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인상 협상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증가한 공사비로 인해 건설사는 공사비 증액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사업 수익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비사업 조합의 경우 자금력이 충분한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면 분담금 우려에 공사비 증액 협상에 쉽게 나서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나아가 공사비 상승은 주택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부터 공급이 위축될뿐 아니라, 분양물량을 회복하더라도 착공된 물량이 적어 내년까지는 공급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공사비 상승으로 내홍을 겪는 정비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광명시청은 미도아파트1차 소규모재건축사업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위한 공람·공고를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한 바 있습니다. 화성시청도 지난 5월 화성 삼미아파트 소규모재건축사업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고시하기도 했습니다.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 받은 민간업체들이 공사비 상승분 반영도 어려운 데다 준공 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이다보니 수익 보전이 어려워 사업 취소를 선택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최근 취소된 인천 영종국제도시 1296가구 주상복합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기에 손해를 보면서 사업을 추진한 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며 "빠르게 오르는 건설관련 물가를 고려하면 (사업취소 등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급등한 공사비는 향후 떨어지기도 쉽지 않아 전국 곳곳 건설 현장의 발목을 잡지 않을 지 우려됩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워은 "주택시장에 공급가격 인플레이션이 거세다. 건설업계가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 보니 아파트는 물론 빌라 등 다세대 주택도 못 짓는 상황"이라며 "한 번 올라간 물가가 다시 안정적으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기에 건설 현장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건설사가 건설자재의 적정재고를 확보하고 시멘트와 철근 등 비축품목을 설정해 수급계획을 미리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도 소모적인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상세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