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전기차 화재 사고가 이어지면서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 상승을 부추기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보험사들이 전기차의 대물배상 한도까지 높이고 있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피해 금액이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사고로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보험사에 접수된 자차보험(자기차량손해담보) 처리 신청 건수가 600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기차 화재는 '화재'라는 특성 때문에 한 대의 차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다른 차량으로 피해 규모가 광범위해집니다.
삼성화재(000810)의 경우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360건의 사고가 접수됐고 예상 손해액은 22억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보다 손해율이 높고, 차종별로 사고율에도 차이가 있어 이를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우량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사들은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먼저 피해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그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서 나온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화재 원인 제공자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화재 차량 소유주의 과실로 결론이 나면 소유주가 가입한 보험사에, 배터리 제조사의 과실로 밝혀지면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최근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지고 화재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보험사들은 손해율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60만6610대로 6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전기차 관련 통계가 공식적으로 잡히기 시작한 2017년 전기차 등록 대수는 2만5108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4만3900대에 달합니다.
전기차 화재 사고도 매년 늘고 있습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는 지난 2017년 1건에 불과했지만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증가세가 가파릅니다.
전기차 등록 수와 사고 건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보험사는 대물배상한도 상한선을 기존 10억원에서 현재 20억원까지 높이고 있습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대물배상한도를 높이면 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하지만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이를 올릴 수는 없다"며 "손해율 악화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물배상한도 등은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화재사고가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새로운 뇌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전기차 차량 화재가 발생했던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벽과 천정이 화마에 검게 그을린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