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5일 17:2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하나증권이 사업역량 확대와 초대형 투자금융(IB)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대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평균 순자본비율(NCR)을 지정 종합투자금융사업자(종투사) 평균 수준으로 맞추고 실탄도 확보했다. 증권사가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업 직접 대출, IB업무에 한해 자기자본의 200%까지 신용공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의 부담이 여전해 수익성 개선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후순위사채 발행 성공…2500억원까지 증액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2500억원 규모 후순위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8월30일 발행 조건을 확정했고 지난 2일 상장신청을 거쳐 6일 채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이번 후순위사채는 인수단 없이 전액 직접 공모를 통해 발행됐다. 최근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을 고려해 당초 계획과 달리 초과 주문을 받았다.
앞서 하나증권은 악화된 순자본비율(NCR)을 후순위사채와 영구채 등 자본성 증권 발행을 통해 개선해왔다. 지난해 2100억원 후순위사채 발행을 통해 하나증권은 당시 NCR을 기존 1052.08%에서 1223.44%로 171.35%p 끌어올렸다. 이번 발행으로 기존 1271.81%에서 1458.07%로 186.25%p 개선될 전망이다.
발행 금리와 조건은 연 4.9% 6년물이다. 2023년 6월 발행된 2100억원 규모 후순위사채 발행 당시 금리인 6.20%보다 1.3%p 금리 할인에 성공했다. 확보한 자금은 전액 기업어음(CP)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리파이낸싱으로 단기 조달 수단에서 장기 조달 수단으로 비중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이사회가 결의한 연내 4000억원 후순위사채 발행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추후 발행되는 후순위사채도 단기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전망이며, 이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운영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자부담에도 후순위사채 발행…자본확충 이유
통상 후순위사채는 회사채와 같은 다른 채권보다 금리가 높게 설정된다. 만기도 5년 이상으로 길어 이자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하나증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로 발행한 이유는 타 대형 증권사 대비 열위한 NCR 지표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 평균 NCR가 1589.9%다. 특히 초대형 IB의 경우 NCR가 평균 2040.32%로 더 높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상반기 NCR는 2651.9%에 달했고 한국투자증권도 상반기 기준 2,341.23%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 1913.3%, KB증권 1667.36%, 삼성증권 1627.85% 등도 종투사 평균을 웃돌았다.
하나증권은 NCR는 열위지만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 순위는 6위로 규모에 걸맞은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자본 확충은 의문이다. 하나증권과 같이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 중인
키움증권(039490)도 지난 상반기 NCR가 1345.28%로 하나증권의 기존 NCR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작년까지 진행된 충당금 설정도 하나증권이 실탄 마련에 나선 이유로 풀이된다. 하나증권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약 1조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그동안 금융시장 불안정에 안전대 역할을 했지만 수익성에는 부담이 됐다.
지난해 하나증권은 연간실적에서 영업손실 3340억원, 당기순손실 2673억원을 기록하며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과 부동산 금융 관련 부실, 차액결제거래(CFD) 미수 채권 등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다. 그룹 차원의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일환이었지만 지난해 경쟁 증권사들이 일정 부분 리스크를 감내하고 올 상반기 사업 영략 확대에 나선 것과 달리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턴어라운드 가시화…전 사업부문 역량 강화 목표
다행히 올 들어서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가 공언한 턴어라운드가 일정 부분 가시화됐다. 지난 상반기 실적에서 하나증권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320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282.43% 증가한 수치로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2조8181억원, 1607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23.88%, 151.97% 증가했다.
1분기부터 이어진 채권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 등 전통IB 부문 성장과 자산관리(WM) 부문의 금융상품 판매 증가가 실적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익성은 아직 평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상반기 하나증권의 총자산이익률(ROA)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6%, 5.2%다. 최악의 시기라고 할 수 있는 2022년과 2023년보다는 낫지만 최대 활황이던 2021년과 2020년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진=하나증권)
하나증권이 최근 강화에 나선 DCM과 ECM의 경우도 2분기부터는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지난 4월까지 ECM에선
에이피알(278470)과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즈의 인수에 참여하고 포스뱅크 등 중형급 IPO를 단독 주관했다. DCM에서도 주관순위와 인수실적 순위에 줄곧 이름을 올렸지만 5월부터는 빠지기 시작했다.
이는 회사가 가진 체력 부족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IB의 경우 자본은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다. 하지만 하나증권의 경우 지난해까지 이어진 충당금 적립과 부동산 금융 부실로 딜 수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하나증권은 상반기 회복이 이어진 만큼 역량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올해 상반기까지 고객 수 증대와 전통 IB 강화, 세일즈앤트레이딩(S&T) 비즈니스 확장이 지난 분기에 이어 수익 개선세로 이어졌다”라며 “전 분야에서 본업 경쟁력 강화에 기반을 둔 연간 실적 턴어라운드 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