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치솟는 공사비에 정부가 건설공사비 안정화 대책으로 '중국산 시멘트 수입'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시멘트업계는 정부가 발표한 공사비 안정화 방안 전반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가격경쟁력도 높지 않고 친환경 기조에도 맞지 않는 중국산 시멘트 수입에 대해서는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시멘트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중국산 시멘트 수입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반면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시멘트업계는 중국산 시멘트 수입 가능성을 높고 보고 향후 공급 방안 등을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중국산 시멘트 수입 언급…시멘트업계 가격 현실화 압박 카드
정부는 지난 2일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건설공사비 상승 폭을 연 2% 내외로 안정화하는 것을 목표로 종합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사비 안정화를 위한 주요 정책 과제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재비 부문입니다.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 (사진=국토부)
정부는 '시장가격 결정 기능 회복 지원'을 위해 핵심 자재별 수급 안정화 협의체를 운영하고, 중국산 시멘트 등 민간 시멘트 수입 시 애로를 해소하고 품질 검증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적지 않습니다. 먼저 시멘트 특성 상 장기보존과 유통이 어려워 수입이 쉽지 않다는 점이 꼽힙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멘트는 물성상 장기 보존하거나 유통하는 제품이 아니다"며 "수요 물량과 공급처를 사전에 정해놓고 수입하지 않는 이상 외국산 시멘트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재 건설업계에서 국산 시멘트만 쓰고 있어 수입 유통망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데다 수입 시멘트에 대한 품질 이슈도 있어 단기적으로 중국산 등 시멘트 수입이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산 시멘트, 친환경 기조 배치·가격경쟁력도 의문
정부가 국내 시멘트 업계에 '친환경' 생산 방식 등을 요구해 왔는데, 중국산 시멘트는 이 친환경과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국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생산 시 필요한 ‘열’을 만드는데 폐비닐이나 폐합성수지 등 순환 자원을 선진국 대비 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반응도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시멘트 재고는 125만톤(t)에 달하는데 이에 반해 올 상반기 가동률은 64%에도 못 미치고 출하량도 줄어드는 추세"라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검토하는 정부 방침에 동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1톤 당 시멘트 공시 가격이 우리나라가 11만2000원 수준인데 일본의 경우 14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건설분양가에서 시멘트가격이 차지하는 비중도 0.4%로 결코 높지 않다"며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시멘트 가격 정상화에는 어느 정도 동감할 수 있지만 가격경쟁력도 높지 않고 친환경 기조에도 반하는 중국산 시멘트 수입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시멘트 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업계, 중국산 시멘트 수입 기정사실화…공급 방안 등 논의 중
이처럼 전문가들은 중국산 시멘트 수입의 필요성과 현실화 가능성 등에 대해 낮게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 업계에서는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기정사실로 보고 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이미 건설사 자재구매 담당자 모임인 건자회 등에서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논의한 바 있고, 정부의 발표 이후 중국 시멘트 업체에서도 협회를 통해 우리나라에 시멘트 수출 루트 등을 문의하는 연락도 부쩍 늘어났다"며 "정부가 나서서 추진하는만큼 중국산 시멘트 수입 가능성을 100%로 보고, 향후 공급 대책 등을 업계 전반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