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아듀2024)부동산 시장, 유동성 위기와 PF 리스크의 교차로

얼어붙은 PF 시장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대형·중견사 가리지 않고 리스크 확산
해외 부동산 가치 하락에 자산운용사·리츠 손실 확대

입력 : 2024-12-30 오전 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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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동성 위기는 여전히 기업들의 경영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 금융권과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으며 여전한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009410)이 과도한 PF 우발채무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돌입했고, 효성중공업(298040)의 PF 리스크도 부상하고 있다.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034300)은 그룹의 지원으로 위기를 넘기고 있다. 또한 해외 오피스 등 대규모 부동산에 투자한 자산운용사·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들의 사정도 좋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 대표 대체투자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해외와 국내 투자 부동산의 가치 하락에 몸살을 앓고 있고, 프랑스 소재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마스턴프리미어리츠(357430) 역시 실적 악화에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사진=태영건설)
 
‘PF 리스크’에 무너진 태영건설...워크아웃 '현재진행형'
 
지난 2023년 시공능력평가에서 16위에 오른 태영건설(009410)이 PF 우발채무로 인한 경영 악화에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말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채권자협의회는 올해 1월 75% 이상의 동의를 통해 회사의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였다.
 
워크아웃 신청 당시인 지난해 12월 기준 태영건설의 자본금은 201억원, 자본총계는 –5626억원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아울러 태영건설이 처리해야 할 우발채무 규모는 약 2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올해 5월 채권자협의회가 기업개선계획을 의결하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작업이 본격화했다. 이후 세운상가 5-1·5-3구역(1390억원), 울산 반구동 주택사업(1950억원) 등 프로젝트들의 시공권을 포기하며 PF 재구조화에 집중했다. 여의도 사옥과 블루원 소유 루나엑스·디아너스CC 등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돌입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성과를 일부 거두는 데 성공했다. 지난 11월에는 지난 2023년도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을 해소하며 주식거래도 재개됐다. 올해 3월 이후 현재까지 총 8개의 공사를 수주하며 워크아웃 ‘조기 졸업’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효성중공업 본사.(사진=효성중공업)
 
PF 복병’ 만난 효성중공업…내년까지 우려
 
건설부문의 PF 우발채무 리스크 확산에 효성중공업(298040)의 위기론도 점화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2곳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우발채무를 인수하기로 했다. 회사는 온천동디에이가 시행하는 부산 온천동 주상복합 사업의 PF 대출원리금 1038억원을 조기 대위변제할 계획이다. 이는 효성중공업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1조2241억원)의 8.48%에 해당한다. 또한 한영아이앤피가 시행을 맡은 대구 신천동 주상복합 사업의 채무 436억원도 인수한다. 자기자본의 3.56%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효성중공업이 내년 1월 중 500억원 규모의 PF 채무 인수를 추가로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효성중공업은 앞선 2건의 사업을 포함, 단기간에 약 2000억원 수준의 채무를 인수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올해 9월 말 연결 기준 효성중공업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528억원에 불과하다.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 3조3234억원, 영업이익 2302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3조85억원, 영업이익 1943억원) 대비 성장했지만, 올 4분기 큰 폭의 영업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효성중공업의 책임준공 관련 보고서를 통해 “효성중공업이 건설 부채 약 1470억원 인수를 발표했으며, 순차입금의존도가 87%에서 99%로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내년 초 500억원 규모 추가 채무인수가 이뤄진 이후 효성중공업의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건설 본사.(사진=뉴시스)
 
롯데건설·신세계건설 ‘그룹 지원’에 위기 진화
 
올해 초 자기자본 대비 높은 PF 우발채무에 위기감이 높아진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034300)은 각각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의 지원으로 ‘급한 불’을 진화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올해 3월 시중은행과 증권사, 롯데그룹 계열사(롯데물산·롯데정밀화학(004000)·호텔롯데·롯데캐피탈)가 참여한 2조3000억원 규모 PF 펀드를 조성했다. 롯데건설이 신용 공여한 보증부 자산유동화 사모사채를 특수목적법인(SPC) ‘프로젝트샬롯’이 매입하는 구조로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
 
여기에 올해 9월 말 단독사업 중 기타사업에 대한 PF 우발채무 대출잔액은 3조2526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8835억원) 대비 약 6000억원 감소했다. 3분기 누적 매출도 6조284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8747억원) 대비 1조2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마트(139480)는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실행해왔다. 올해 5월 이마트의 자금보충 약정으로 신세계건설이 6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신세계건설의 영업실적·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어려움이 이어지면서 이마트는 자회사에 대한 상장폐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지스자산운용 본사.(사진=이지스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국내·외 부동산 가치 하락에 ‘진땀’
 
대표적인 대체투자 운용사로 꼽히는 이지스자산운용은 펀드를 통해 투자한 국내·외 부동산들의 가치 하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트리아논 빌딩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10월 ‘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펀드를 통해 약 3750억원을 조달하고, 독일 현지 차입을 통해 이 빌딩을 약 9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빌딩의 60% 이상을 임차하고 있던 데카방크가 지난 2020년 임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시작된 자산가치 하락에 유럽의 오피스 시장 불황까지 겹치며 올해 6월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한 바 있다. 최근에는 트리아논 빌딩을 직접 소유한 독일 소재 특수목적법인(SPC)의 정식 도산 절차도 개시됐다. 이에 펀드의 전액 손실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부동산의 가치 하락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서울 ‘건대CGV’(이하 몰오브케이)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매각을 진행했지만 한 차례 유찰됐고, 올 들어 상시매각으로 전환해 새 주인을 물색하고 있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보유 중인 프랑스 크리스탈파크 오피스.(사진=마스턴프리미어리츠)
 
‘유럽 부동산’ 담은 마스턴프리미어리츠…‘리츠 잔혹사’ 언제까지
 
마스턴프리미어리츠(357430)는 마스턴투자운용의 첫 번째 상장 리츠다. 지난 2020년 2월 설립된 이 리츠는 △프랑스 크리스탈 파크 △노르망디 아마존 물류센터 △남프랑스 아마존 물류센터 △인천항동 스마트 물류센터 등을 기초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등 유럽 소재 부동산의 자산 비중이 매우 높다.
 
유럽 부동산의 가치 하락에 리츠의 손실이 확대됐다. 특히 제7기 사업연도(2023년 4월~9월) 크리스탈 파크의 가치 하락에 투자부동산손상차손이 발생, 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제8기 사업연도(2023년 10월~2024년 3월)에는 순손실이 110억원으로 전기의 2배 수준을 기록했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최근 프랑스 크리스탈 파크의 약 5600억원 규모 담보 대출 리파이낸싱에 성공하며 숨통이 트였다. 또 핵심 임차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의 임차 기간을 2035년까지 연장했다. 지난해 이 빌딩 매각 추진 불발 이후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리파이낸싱과 임차 계약 연장으로 시간을 번 셈이다.
 
그러나 마스턴프리미어리츠의 주가는 지난 2022년 5월 상장일(6030원) 대비 4분의 1 수준인 15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또한 최근 아마존 물류센터의 대출금 일부 상환을 위해 추진한 유상증자 역시 최종 청약률 63.92%에 그쳤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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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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