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DC, 조류독감 데이터 공개 후 1시간 만에 삭제

트럼프 행정부, CDC 연구에 정치적 개입 우려
국내 H5N1 감염 사례는 없지만, 변이 가능성 존재

입력 : 2025-02-11 오전 9:30:58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경(사진=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서경주 기자]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리 시간으로 지난 8일 조류독감 바이러스 H5N1이 고양이를 통해 인수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잠시 온라인에 올렸다가갑자기 삭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본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산불과 대기질에 초점을 맞추고 작성된 것이지만 조류독감의 위험성을 언급한 데이터표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데이터는 화요일 언론에 배포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질병 이환 및 사망 주간 보고서(The Mo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MMWR) 사전 공개본에는 포함되지 않았고 온라인에서도 사라졌습니다. CDC 관계자들은 언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데이터표가 사라진 이유를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 가정에서는 감염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와 청소년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감염된 고양이는 나흘 만에 죽었습니다. 또 다른 가정에서는 젖소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먼저 증상이 나타나고 이틀 뒤에 같은 집에 사는 고양이가 감염돼 사흘 만에 폐사했습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로 알려진 H5N1은 주로 조류를 숙주로 삼고 있지만 작년 초부터 젖소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미국인 67명이 H5N1에 감염돼 1명이 사망했지만, 아직까지 사람 간에 전파된 케이스는 없습니다.
 
과학자들이 CDC에 사람과 반려동물에게 조류인플루엔자(H5N1)의 위험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복수의 연방 보건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된 관리들이 최근 몇 주 동안 CDC의 주요 의학 연구 간행물인 MMWR에 전례 없는 영향을 행사하기 위해 개입했다고 CBS 뉴스에 밝혔습니다.
 
CBS보도에 따르면 이런 개입에는 어떤 주제를 다룰지 지시하고, 조류독감 확산과 관련된 연구 발표를 보류하는 것이 포함되었습니다. 미국 보건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CDC가 발표하는 연구와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대학교 팬데믹 센터의 제니퍼 누조 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H5N1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정치적 이유로 보류되고 있다면, 이는 정부가 미국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사람이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국내 가금류에서 고병원성 H5N1형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2021년 기초과학연구원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 최영기 박사 연구팀이 국내에서 발생한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연구한 결과, 해당 바이러스가 변이를 통해 포유류 및 인체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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