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개미들 '부글부글'

'주주 외면'…개인투자자 불만 확산
정부, 자본시장법 대안 제시…재발의 가능성도

입력 : 2025-04-02 오후 3:34:52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정부가 상법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개정안이 무산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밸류업은 말뿐"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최근 또 유상증자 논란이 불거지며 주주 보호 필요성이 부각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두고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셉니다. 주주들이 모인 SNS 단체 대화방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정말 이 정부, 할 말이 없다"거나 "주가가 이런 데도 상법 개정을 거부하면 국장에는 누가 남아있겠나", "상법개정안도 거부하는데 무슨 주주를 위한 밸류업을 하겠냐" 등과 같은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앞서 지난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통과시킨 이 법안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외에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에 한 권한대행은 거부권을 행사하며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적극적 경영 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법무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와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함께 놓고 논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삼성SDI(006400) 등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으로 소액주주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상법개정의 필요성이 재차 확인됐는데요. 자본시장법 개정으론 이런 상황에서 주주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김석우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은 "유상증자 건도 현재 (상법)개정안의 이사 충실의무를 일반화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취약하다며 그동안 상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했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상법이 개정될 경우)그동안 지배주주가 누렸던 특혜와 특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만, 그게 바로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정 대표는 "만약 상법만 개정했을 때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상법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보완하면 된다. 거기에 상법 시행령에도 보완사항을 넣는다면 재계의 우려는 말끔히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표는 "중심을 잡아야 할 총리가 대기업에 휘둘려서 우리나라 자본시장이나 경제에 피해를 주는 의사결정을 한 셈"이라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망가진 큰 이유 중 하나는 창업할 때부터 불투명하고 주주들을 이용하는 등 좋지 않은 기업문화를 답습해 역동성이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데, 그 다른 생각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이 재벌 대기업의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선 상법개정안 통과가 절실하다"며 "최근 어느 재벌 대기업은 회사 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서 경영권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은 유상증자해서 주주들 돈으로 진행하지 않느냐? 실제 사업에 쓸 돈이 이상하게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IMF 외환위기 직후 국내 기업과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성·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배구조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며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도 이때 함께 도입됐다면 바람직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또 "(그랬다면)지주회사의 저평가 현상도 훨씬 완화됐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상법 개정은 지금의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제거된 후 무난히 통과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야당 관계자는 "지금 거부권을 행사해도 다음에 재발의하면 통과되지 않겠냐"라면서도 "지금 바로 (법안을)다시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법개정안 통과를 기대하는 개인투자자 모습. (사진=챗GPT)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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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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