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부메랑'…미 물가부터 덮쳤다

관세 오락가락 정책…트럼프, 또다시 관세 강행의지 강조
'인플레·경기침체' 확률 고공행진…미 달러 흔들리는 '위상'

입력 : 2025-04-14 오후 4:13:06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로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빠른 속도로 관세가 이뤄지면서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오락가락한 관세정책 여파로 혼선이 가중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1년 기대 인플레이션 수준이 1981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고, 미국 소비자들의 자신감도 급격하게 악화되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데요. 게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 달러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관세 전쟁 등 보호무역 기조가 달러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달러화 가치는 10%가량 급락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전자제품 관세 면제 아냐"…정책 혼선 논란
 
트럼프의 관세 혼란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고수하며 관세 강행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지난 11일에 발표한 것은 관세 예외가 아니다”라며 “이들 제품은 기존 20% 펜타닐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단지 다른 관세 범주로 옮기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1일 스마트폰, 노트북, 메모리칩, 반도체 장비 등 20개 품목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면제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한두 달 내에 반도체, 스마트폰, 의약품 등에 품목별 관세를 별도로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트럼프의 관세를 둘러싼 세계 경제의 혼란과 불확실성, 이에 따른 미국 경제의 타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날 <CBS 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유거브와 함께 지난 8∼11일 미국 성인 24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2.4%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단기간에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65%가 단기적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역시 지난 2월 조사 때 53%에서 3월 조사 때는 50%로 떨어졌다가, 이번 조사에서 47%로 재차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제 전문가들 또한 미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대폭 낮추면서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추정치는 높였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4~8일 경제 전문가 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은 45%로 조사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 1월 조사 당시 22%에서 두 배나 뛰었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연율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취임 전인 1월 2% 전망에서 크게 하락했는데 이 수치가 현실화되면 코로나19로 침체를 겪었던 2020년 이후 최저 성장률이 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취임 후 달러가치 10% 급락미 경기 지표 '악화'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관세정책에 따라 미국 경기가 급격히 악화될 우려는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4월 소비자신뢰지수 예비치는 50.8로 3월 57.0보다 하락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6월(50.0)을 제외하면 지수 집계가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최저치입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이 지수는 34.2%나 하락했으며 한 달 전과 비교해도 10.9% 내렸습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6.7%로 지난 198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3월 5%보다 높아졌습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의심은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줄곧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굳건히 지켜오던 미국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일방적인 관세정책으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향후 기축통화 지위마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11일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가치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는 장중 100선이 붕괴됐으며 99.005까지 후퇴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2022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주식시장이 흔들릴수록 달러나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리는 안전자산 현상이 나타나야 하지만 예외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실제 트럼프 취임 이후 달러화 가치는 10%가량 급락했습니다. 일관성 없는 관세정책이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무너트리고 있는 건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흐름이 “이례적인 일”이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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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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