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박혜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제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튿날 품목별 관세를 붙인다고 번복하면서 관세율이 어느 정도가 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립니다. 반도체 업계는 앞서 정해진 철강과 자동차처럼 25%의 동일한 관세가 부과될지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를 구분해 차등 관세율을 매길지 ‘경계’하고 있습니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외신 등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중 반도체 관세를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AFP와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며 “다음주 중에 발표하겠다”고 언급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율과 관련해 “일부 기업들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확실하진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해외에서 휴대폰을 생산하는 애플 등 미 기업들 눈치를 보느라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한다는 예상을 뒤집고 관세 부과 원칙을 재차 천명한 것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상호관세에서 제외되는 반도체 등 전자제품 품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이후 관세 징수를 담당하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같은날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상호관세 제외 대상으로 포함해 공지했습니다.
이를 두고 중국의 맞불 관세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잇따랐습니다. 지난 9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고, 10% 기본 관세율만 적용하기로 했던 점도 이러한 시각에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명확히 밝히면서, 앞서 품목별로 부과된 철강·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반도체와 전자제품에도 25%의 세율이 적용될지 주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반도체 등 전자제품이 관세에서 예외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6세대 HBM인 ‘HBM4’.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철강과 자동차처럼 일반적인 관세율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시스템 반도체를 각각 나눠 제품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다른 품목 대비 중요한 반도체의 관세는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국익의 도움이 되도록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 같다”며 “다른 품목과 같이 관세 25% 등 일반적으로 부과하기보다 미국 빅테크 기업에 부담이 안 가도록 HBM 반도체 같은 제품은 관세율을 낮게 한다든지, 유예한다든지 세부적으로 관세를 측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에도 25% 관세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9일 “철강, 알루미늄 등에 25%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것을 보면 나머지 반도체 등에도 25% 관세가 예외 없이 부과되는 것 아닌가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결과가 나오기 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반도체 협회의 한 관계자는 “관세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매출 부담이 적어 국내 기업에 유리하다”라면서도 “어떻게 매겨질지는 현재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박혜정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