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보장'에 힘준 보험사…배타적사용권에 사활

입력 : 2025-05-09 오후 1:45:39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들이 암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배타적 사용권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업계 최초 보장을 앞세워 독창적 담보를 내놓는 등 시장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000370), 라이나손해보험, 흥국생명 등 다수의 보험사가 암과 관련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건강보험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배타적 사용권은 보험상품의 독창성이 인정되면 일정 기간 동안 타사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보험사에는 단기적 독점 효과를 제공합니다.
 
보험사들은 고령화와 암 치료 기술 발전으로 암보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기존 담보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점을 반영해 세부 보장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올해는 고도화한 치료법을 보장하는 특약들이 대거 출시되며 암보험 상품이 한층 정교해졌습니다.
 
치료 접근성 높이고 담보 확대 
 
KB손해보험은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수술 치료 보장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무배당 KB Yes!365 건강보험'은 간동맥화학색전술, 간동맥방사선색전술 등 고도화한 치료 담보를 특약으로 추가했고, 자궁근종 환자를 위한 자궁동맥색전술 치료비와 3D프린팅 두개성형 수술비 담보도 포함했습니다. 이들 담보는 비수술 치료에 대한 보장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이며, 치료 접근성이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성 특화 보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한화손해보험(000370)은 임신·출산부터 수술 후 회복까지 아우르는 건강보험을 출시했습니다.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3.0 무배당'은 임신·출산 관련 입원비부터 제왕절개 수술 후 흉터 진단비, 갑상선암 수술 후 켈로이드 흉터까지 폭넓은 보장을 제공하며 여성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라이나손해보험은 '무배당 더핏 나만의 종합보험(갱신형)'으로 원발암뿐 아니라 잔여암·재발암까지 보장하는 통합암 진단비 담보를 선보였습니다. 기존 암보험이 최초 진단 시점까지만 보장하던 데 비해 암의 재발 및 잔여 위험을 커버하도록 한 점이 특징입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무배당 전이암 진단 생활비 특약'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습니다. 이 상품은 전이암으로 진단 시 매달 100만원의 생활자금을 최대 종신까지 지급하는 구조로, 기존 일시지급 방식의 암보험과 다릅니다. 전이암의 경우 꾸준한 치료로 인해 장기간 높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 생활비 형태의 보장을 도입했다는 설명입니다.
 
올해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2022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신규 암 발생자는 약 28만명, 암 유병자 수는 약 260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민 20명 중 1명꼴로 암 진단 경험이 있는 셈입니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수치를 암보험 수요 확대의 근거로 보고 있으며, 맞춤형 보장을 강화한 신상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혜택과 유의점 잘 따져야
 
배타적 사용권 상품은 소비자에게 기존에 없던 보장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긍정적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암 치료가 고도화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비수술 치료법이나 고위험군을 위한 맞춤형 담보는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성이 점점 커지는 추세입니다.
 
다만 접근에 신중할 필요도 있습니다. 배타적 사용권 상품이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담보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청구 경험과 약관 이행 사례가 축적되기 전에는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독창적 보장을 이유로 보험료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느끼는 가성비는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타적 사용권이 부여됐다는 이유만으로 상품을 신뢰하기보다는 실제 보장 내용과 약관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고도화한 담보일수록 약관이 복잡해지고 지급 요건도 세분화되는 경향이 있어 상품 설명서만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수술 치료나 장기 관리형 담보는 지급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사전에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고액의 보험금이 책정돼도 1년 1회 등 보장 한도가 걸려 있다면, 반복 시술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기대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통합 담보를 보장하더라도 재진단 시점 등 면밀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보장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약관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한 보험 설계사는 "상품의 실질적 필요성과 보험료 수준, 지급 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배타적 사용권 기간이 끝나면 다른 보험사들이 유사 상품을 내놓기 때문에 단기간 내 가입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배타적 사용권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립니다. 통상 배타적 사용권은 부여 기간이 끝나면 타사들도 유사한 담보를 출시할 수 있어, 신속한 출시만으로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보험사들은 업계 최초 타이틀과 영업 현장에서의 마케팅 우위를 이유로 여전히 배타적 사용권 확보에 적극적입니다.
 
보험업계는 앞으로도 배타적 사용권을 앞세운 암보험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암보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지만 세부 담보 개발 경쟁은 계속된다"며 "보장 공백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치료비를 보장하는 담보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험사들이 치열해진 암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배타적 사용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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