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LG디스플레이가 17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조 단위의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습니다. 이번 대규모 투자가 글로벌 산업 공급망의 핵심인 한국 제조업의 위상을 재건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도 이어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사진=LG디스플레이)
17일 LG디스플레이는 이사회를 열고 OLED 신기술 도입을 위한 1조2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약 7천억원은 경기 파주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사업장에 집중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주 사업장은 대형·중형·소형 등 전 사업 분야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을 생산하는 첨단 대규모 산업단지입니다.
특히 이번 OLED 신기술 투자는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후 국내에 재투자하는 일종의 ‘리쇼어링’(국내 복귀)인 만큼 국가 경제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된 OLED는 현재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내 핵심 기술로, 백라이트가 필수인 LCD와 달리 픽셀 하나하나가 빛을 내며 화질이나 두께, 소비전력 면에서 우수하고, 얇고 유연해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어 다양한 폼팩터 혁신이 가능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국내 투자로 한국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리는 동시에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과 동반 성장을 통해 산업 생태계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최근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하고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지원이 함께 이뤄진다면 K-디스플레이의 산업 주도권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차별화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선제적인 OLED 기술 투자를 통해 세계 최대 97인치 OLED TV 패널부터 27인치 게이밍용 모니터용 패널, 태블릿 등 IT용 패널, 스마트폰·워치용 패널 등 OLED 풀 라인업을 기반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최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중국 티안마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는 등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요 대기업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점에 비춰보면 LG를 시작으로 조만간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100조원을 집중 투자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만큼 AI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투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