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유상증자 능력 따라 보험사 자본 질 판가름

입력 : 2025-06-19 오후 4:03:22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이 단순히 지급여력비율 수치를 넘어서 자본의 '질'을 따지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보완자본보다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 중심의 감독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각 보험사의 자본 구조가 새롭게 조명받는 상황입니다. 실제 대응 여력은 궁극적으로 모회사의 유상증자 능력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본 품질 문제 부상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기본자본 중심의 규제 도입을 하반기부터 추진할 계획이며, 보험업계는 이에 따른 자본 확충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인 상황입니다.
 
기존까지는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을 통해 보완자본을 확충해 킥스 비율을 맞추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지난해 총 8조6550억원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고 올해에도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5조원을 넘게 발행하며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으로 일부만 인정되며 후순위채는 기본자본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특히 이자 비용이 기본자본 항목인 이익잉여금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외형상 자본이 늘더라도 기본자본 비율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중 기본자본비율 규제 도입을 예고했습니다. 시장에서는 권고 기준을 해외 사례를 참고해 50~70%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보험사 자산 규모를 막론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입니다. 지난 1분기 기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마이너스인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000400), MG손해보험이며, 현대해상(001450), 푸본현대생명, 하나손해보험, iM라이프 등도 자본확충이 필요한 곳입니다.
 
금리 인하 기조에 더해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도 자본건전성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할인율은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질 예정인데, 올해는 보험 부채를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기간이 3년 더 길어지면서 킥스 비율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경과조치 전 기준 145.8%로 권고치(150%) 아래로 내려갔으며, 경과조치 적용 후에도 전분기 대비 33.9%p 급감했습니다.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이 단순히 지급여력비율 수치를 넘어서 자본의 '질'을 따지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데, 실제 대응 여력은 궁극적으로 모회사의 유상증자 능력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모회사 유증, 밸류업과 충돌
 
기본자본 중심의 규제가 본격화하면 보험사들이 대응할 수단은 유상증자 외에는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생명보험사들은 지급여력비율 관리를 위해 지난해 5515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형 보험사는 지배구조상 대주주의 자금 여력이 부족하거나, 유상증자 추진 시 주가 희석 등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회사의 주주 반발을 우려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으로 일부만 인정되고 후순위채는 기본자본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자의 경우 기본자본 항목인 이익잉여금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기본자본 비율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구조입니다.
 
앞으로 기본자본 규제가 도입되면 상당수의 보험사들이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이 되는데, 상대적으로 중소형사는 모회사의 자본력 부족과 주주 구조의 복잡성으로 유상증자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 기조와 유상증자가 충돌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유상증자는 주가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기업가치 제고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금리 인하 기조에선 자산 대비 부채 비중이 더 커지기 때문에 금리 반등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금융지주계열 외 중소형사들은 유상증자는 정부의 주주환원 확대 정책과 충돌한다는 부담감이 더욱 큽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배당을 줄이고 이익잉여금을 유보해 자본비율을 높이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며 "하지만 이 역시 주주환원 확대라는 정부 기조와 충돌할 수 있어 고민이 많은데 당국이 어떤 결정을 할지 긴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당분간 후순위채 차환 발행에 집중하며 시간을 벌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동양생명은 지난 4월 5억달러(한화 약 9600억원)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했다고 밝혔고, 한화생명(088350)도 최근 10억달러(1조380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의결했습니다.
 
업계는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현재 관심은 그 시행 시기와 유예 기간, 적용 기준의 수위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새 정부 출범과 금융당국 수장 교체기가 겹치면서 업계는 유예 기간 연장이나 기준 완화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자본 보완은 여러 방법이 있지만 유상증자 외에는 무의미하다"며 "내심 유예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나 킥스 기준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기본자본 중심의 규제가 본격화되면 보험사들이 대응할 수단은 유상증자 외에는 사실상 없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중소형사는 모회사의 자본력 부족과 주주 구조의 복잡성으로 유상증자에 나서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사진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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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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