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WYD)②한반도 평화 회복 마중물…교황 방북 희망 목소리도

세계 유일 분단국가 한국서 평화 메시지 주목
이재명 대통령, 유흥식 추기경에 교황 방북 언급
시민단체들 “냉전 넘어 평화 대전환 계기 마련해야”

입력 : 2025-08-19 오후 12:33:5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교황이 참석하는 세계청년대회가 오는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립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청년들의 신앙 축제로, 교황과 청년들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전 세계에서 최대 100만여명의 청년들이 모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종교 행사를 넘어 대규모 국제 행사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이에 ‘잼버리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협력과 지원도 필요합니다. <뉴스토마토>는 필리핀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의미를 짚고 2년여 남은 행사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점검을 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2027년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 개최가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전 세계 젊은이들과 함께 교황이 던지는 세계 평화의 메시지는 무게감 있게 전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황 방북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한국을 방문한 유 추기경을 접견한 자리에서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가 세계 청년들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한국을 더 친근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레오 14세 교황이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한국을 오시는 길에 북한을 한번 들러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경색된 남북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재명정부 들어 남북한 신뢰 회복과 대화 재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언급하며 남북 관계 개선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4일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는 담화를 발표하며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정부의 긴장 완화 조치를 평가절하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이 방한하는 서울 WYD가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유지에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겁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6월 성베드로 광장에서 주례 일반 알현을 마친 뒤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문수 우리신학연구소 소장은 19일 <뉴스토마토>에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청년들이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최근 K-컬처가 유행하기 이전까지 해외에서 뉴스를 보며 한반도 분단에 대한 막연한 이해만 가졌다면, 분단 현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방한하는 레오 14세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거나 대회에 참여한 수십만명의 청년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내면 그 자체로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가톨릭평화운동단체인 팍스크리스티코리아의 이성훈 상임대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전 세계적인 분쟁과 갈등이 이어지는 현실에서 한국의 세계청년대회는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이 상임대표는 또 “국내외 수많은 청년들이 참여하는 세계청년대회는 가톨릭만의 행사가 아니고 종교를 불문한 열려 있는 행사”라며 “다종교 국가인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다양한 종교단체들이 참여해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역할을 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 WYD는 지난 2023년 8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대회에서 프란체스코 교황이 차기 개최지를 대한민국 서울로 발표하며 결정됐습니다. 1995년 필리핀 마닐라에 이어 아시아에서 32년 만에 두 번째 개최이고, 비가톨릭 국가로는 사상 첫 개최입니다. 이번 대회에 레오 14세 교황이 방한하면 역대 네 번째 교황 방한이 됩니다. 교황이 가장 최근에 한국을 방문한 건 지난 2014년 프란체스코 교황 때였고, 그에 앞서 1984년과 1989년 바오로 2세 교황이 방한한 적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유흥식 추기경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란체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 당시 남북한 화해를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를 촉구했고 공개적으로 방북 의사를 밝혔습니다. 서울이 세계청년대회 개최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관심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레오 14세 교황 역시 한국을 다섯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어 한반도 분단 상황을 잘 아는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휴전선이 지척인 경기도 연천 열쇠전망대를 방문한 적도 있습니다. 
 
앞서 전국 63개 시민사회단체는 레오 14세 교황이 군사분계선(DMZ)을 찾아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세계 분쟁지역의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길 바란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교황 방한을 계기로 해서 한반도 분단과 정전 체제가 평화 체제로 전환되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입니다. 
 
전재명 DMZ평화문화기후센터 대표는 “한국은 1953년 정전 이후로 70년 넘게 분단 상태를 겪고 있는 나라”라며 “그런 한반도에 전 세계 청년들이 모여 화해와 연대를 외친다는 것 자체가 냉전의 상징을 넘어 평화로 향하는 대전환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와 전쟁, 불평등 같은 문제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분단과 평화라는 한반도의 특수한 과제도 세계의 보편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면서 “서울 WYD가 청년들이 평화를 향한 작은 실천부터 국제적 연대까지 꿈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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