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이번 대책은 공급 확대 의지를 보여줬지만, 단기적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7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6·27 대출규제의 효과도 약해지는 시점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확실한 공급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서 LH 직접시행 등 새로운 시도가 의미는 있지만 실현 가능성과 사업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LH 직접시행, 의미 있는 시도…실제 성과는 지켜봐야”
서진형 광운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LH 직접 시행으로 일부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사업 속도나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다”며 “직접시행이 단순히 민간 위탁과 다르다는 점은 의미가 있으나, LH의 재무 여력과 인허가 지연 문제를 감안하면 실제 성과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고양시의 한 LH 임대주택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LH 직접 시행은 기존 민간 분양과 달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시도로 의미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실현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승현 대표는 “현실적 공급 물량과 장기 계획, 시장 참여자들의 실현 가능성 판단을 모두 고려할 때, 시장 기대감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의 적자 사업을 메우면서 얼마나 가격 인하를 실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며 완공되는 아파트의 품질과 브랜드 가치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며 “현장에서 수행되는 PM 역할, 단순 도급·토지임대부 등 시행 방식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이 달라지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LH의 역량을 끌어올릴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위원은 “LH 직접시행과 같은 새로운 시도는 향후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기존에 과도하게 책정된 공급 목표 물량을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조정된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적절한 대안이다”고 덧붙였습니다.
공공공급 확대를 위해 LH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놓고 건설업계의 우려의 시각도 존재합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주택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 건설사의 경우 LH의 직접 시행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LH 진주 본사 모습. (사진=LH)
규제지역 LTV 강화 방안은 평가가 엇갈립니다. 송승현 대표는 “이미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적극적 주택 매입에 제한이 있는 만큼 LTV 강화 방안이 시장가격 안정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지는 아직 의문”이라며 “다만 일부 실수요자에게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건설업계는 이번 9·7 대책 중에서 민간 주택사업 여건 개선 방안에 주목했습니다. 인허가 단축, 기부채납 완화, 금융 지원, 조기 착공 인센티브, 모듈러 주택 도입 등이 업계와 연관이 깊다는 겁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책의 원론적 방향성은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다만 업계 전반에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존 시공방식을 대체할 만큼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대출규제와 토지 허가제 등 시장규제적 성격이 강한 사안에 대해 “규제지역 LTV 강화,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1주택자 전세대출한도 일원화 등은 향후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시장 안정 효과와 규제 효과는 실제 시행 과정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비사업 속도 올린다지만…부동산 현장, “실제 체감까진 시간 필요”
현장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책 실현에 따른 시장 반응을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강남 신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과 수도권 공급대책이 나왔지만 이미 가격 부담이 커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라며 “LTV 강화 조치로 더욱 현금부자들만 강남, 용산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양극화 구조가 심해질 가능성도 높다. 반면 시장 전반의 거래 회복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라고 말했습니다.
정비사업 속도를 올리겠다는 1기 신도시 주변은 다소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분당 수내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비사업 속도전은 기대되나, 행정 절차 단축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집값 안정 효과를 거론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실제 정비사업 현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정비사업 관련 대책 내용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심형석 소장은 “1기 신도시 등 정비사업 현장은 대체 주택 부지 부족, 주민 갈등 등으로 속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 정부의 ‘270만 호 건설’ 공약과 숫자만 다를 뿐 크게 차별화되는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 영등포구·동작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9·7 부동산 공급대책은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 공급속도를 올리고 시장 관리 감독 기구 등을 둬 시장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목표는 긍정적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 주택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크게 새로울 것 없는 중장기 공급대책이 주를 이뤘다는 점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진형 교수는 “이번 대책은 공급 확대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공급 목표의 실현 가능성과 시장 수용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정책 의도와 시장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 장기적 안정화를 위해서는 구체적 실행 계획과 민간 시장과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