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금융당국이 투자자 주문을 자동으로 가장 유리한 시장에 배분하는 SOR(Smart Order Routing) 시스템 점검을 예고한 가운데, 투자자 주문 배분에 대한 기준을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반년 만에 급성장하면서 현행 SOR이 최선집행의무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다만 거래 내역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대체거래소의 한도 규제를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현행 SOR 시스템에 대해서도 점검을 예고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의 협조를 통해 현행 SOR 시스템의 주문 배분을 분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최선집행의무에 적합한지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시 개선을 검토할 방침입니다. SOR은 거래 비용, 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해 투자자의 주문을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시장 중 유리한 곳으로 배분하는 시스템입니다.
당국이 SOR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현행 SOR 시스템이 넥스트레이드에 유리하게 설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입니다.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반년 만에 급성장함에 따라 거래량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커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SOR 시스템은 코스콤과 넥스트레이드가 제공하는 것 외에 증권사 개별로는
키움증권(039490)이 자체 시스템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을 제외한 증권사들은 코스콤과 넥스트레이드 중 원하는 시스템을 선택해 사용 중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개별적인 증권사의 선택에 따라 유연하게 규칙을 적용하고 변경할 수 있습니다. 즉, 금감원이 제공한 가이드라인 하에서 개별 증권사들이 최선집행의무에 따라 고객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주문을 넣게 됩니다.
금융당국이 배포한 '증권사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최선 집행 일반 원칙에는 △테이커(Taker) 주문(기존 물량 체결 주문)은 총비용(매수) 또는 총대가(매도)를 기준으로 시장에 주문 배분하며 △메이커(Maker) 주문(신규 물량 조성 주문)은 매매 체결 가능성을 우선하는 집행 시장 배분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쉽게 말해 테이커 주문은 비용을 우선으로 보고, 메이커 주문은 체결 가능성을 우선으로 보게 됩니다.
현재 테이커와 메이커 주문 모두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테이커 주문의 경우 각 SOR 시스템은 수수료와 거래 가격을 모두 고려해 가격이 유리한 곳으로 배분합니다. 넥스트레이드의 거래수수료율이 한국거래소보다 낮은 만큼 이 경우 넥스트레이드가 유리하다는 지적입니다. 현행 거래 수수료율은 건당 한국거래소가 약 0.0023%, 넥스트레이드는 0.00134∼0.00182% 수준입니다.
때문에 수수료율만을 중심으로 보는지, (매수 주문의 경우) 수수료와 거래 가격을 모두 고려해 저렴한 쪽으로 주문이 집행되는지가 최선 집행 기준의 관건입니다. 업계에서는 자본시장법 최선집행의무 및 금융감독원 가이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억원의 거래가 발생하면 한국거래소에서는 2300원, 넥스트레이드에서는 1340~1820원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셈"이라며 "사실상 수수료 차이가 크지 않아 수수료만이 아닌 합산 금액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메이커 주문의 경우 잔량이 낮은 쪽과 유동성이 활발한 곳 중 어떤 곳으로 주문을 넣어야 체결 가능성을 높일지가 쟁점입니다. 잔량이 낮으면 주문자의 우선순위가 높아질 수 있고, 반대로 유동성이 활발하면 호가창이 촘촘해 체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전자를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유동성이 낮은 넥스트레이드로, 후자를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거래소로 주문이 들어가게 됩니다. 금투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현재 잔량이 낮은 쪽으로 주문이 가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별 증권사들은 현재 SOR 시스템에서 두 가지 내용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 SOR 시스템 실무 관계자는 "해당 호가의 잔량만으로 체결 가능성을 판단하는 단순 지표도 있지만, 양 거래소의 체결량을 고려한 체결량 대비 잔량으로 판단하는 스케일링 지표도 있으니 유동성을 감안해서 체결 가능성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며 "메이커 주문의 경우 증권사마다 개별 규칙이 상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당장 현행 SOR 시스템을 살피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개별 증권사의 주문 방식을 일일이 뜯어봐야 하는 만큼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직 개편 문제도 불거진 만큼, 당분간 SOR 점검에 여력을 기울이기 쉽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는 고객을 위해 최선의 주문을 집행할 의무가 있어 현재 개별 증권사들이 자체적인 판단으로 고객에게 유리하도록 SOR 로직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문제가 있어서 변경한다면,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넥스트레이드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