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이번 주(10월13~17일) 국내 증시는 3600선 돌파 이후 상승 기조를 유지하되 단기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시장에서는 AI·반도체 중심의 낙관론이 유효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한편 3분기 실적 시즌 본격화로 밸류에이션 부담과 종목별 변동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이슈, 원화 약세, 주요 지표 발표 등이 수급과 심리에 영향을 주며 상승 탄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지난주는 추석 연휴로 국내 증시가 5거래일간 쉬어갔습니다. 연휴 기간 글로벌 증시는 반도체와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 넘게 상승했습니다. 오픈AI와 AMD의 대규모 협력 소식,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지난 6개월간 컴퓨팅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발언이 AI 투자심리를 자극했습니다. 반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AI 투자에는 일부 거품이 있다"고 언급했으나 시장에서는 호재가 악재를 압도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국내 증시도 글로벌 훈풍을 한꺼번에 반영하며 급등했습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휴 직후 첫 거래일인 10일 코스피는 1.7% 넘게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3600선을 돌파했습니다. 지수는 전장보다 61.39포인트(1.73%) 오른 3610.60에 마감했고 장중 한때 3617.86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5.24포인트(0.61%) 오른 859.49에 마감했습니다. 외국인은 5000억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5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갔고, 이 중 4000억원 이상이 전기전자(반도체) 업종에 집중됐습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도 지수 강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005930)가 퀄컴에 2나노 기반 차세대 AP(모바일 프로세서) 샘플을 공급했다는 소식과,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GB300'에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탑재가 승인됐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관련 업종 전반의 기대감이 확산됐다는 분석입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휴장 기간 반도체 호재들이 한꺼번에 반영되며 지수가 단숨에 3600선을 돌파했다"며 "미국과 일본 증시의 반도체 강세가 국내 시장의 수급 쏠림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실적 모멘텀을 확인하는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인 ASML과 TSMC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고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낙관론이 강화된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실적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AI 자신감은 회복됐지만 실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 코스피 밴드를 3300~3600포인트 수준으로 제시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600선 이상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고, 3300선대에서는 실적 대비 저평가된 업종 중심의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밸류에이션 확장보다는 실적 안정성과 업종별 차별화가 시장의 핵심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외 여건도 여전히 변수로 거론됩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 우려가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 역시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폭이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수세 지속 여부가 관건으로 꼽힙니다. 9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순매수를 이어왔지만 환율이 급등세를 이어가거나 실적 기대가 약화될 경우 차익실현 심리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기관의 경우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나서며 단기적으로는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시장에서는 단기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도 선택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와 반도체의 구조적 성장세는 유지되지만 단기 과열 구간에서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 중심의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주에는 반도체와 AI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로봇, 필수소비재, 자동차, 미디어, 건설 등 실적 가시성과 펀더멘털이 뚜렷한 업종 중심으로 선별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3549.21)보다 61.39포인트(1.73%) 오른 3610.60에 마감한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