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수입차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와 수소차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이 강한 일본 브랜드와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뒤처져 있는 무공해차 분야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2023년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가 개최한 '재팬모빌리티쇼'. (사진=뉴시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30일 일본자동차공업협회(JAMA)가 개최하는 ‘재팬모빌리티쇼 2025’에 부스를 마련하고 일본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섭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2005년 이후 20년 만에 동반 참가하게 됩니다.
현대차가 재팬 모빌리티쇼에 참가하는 것도 2013년 이후 12년 만입니다.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서 수소차 비전을 대대적으로 공개합니다. 올해 새로 나온 수소전기차 ‘디 올 뉴 넥쏘’를 일본에서 처음 선보이며, 7년 만에 새로 나온 이 차량으로 수소차 시장에 뛰어듭니다.
특히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수소차를 강조하는 건 토요타와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토요타는 수소차 ‘미라이’를 판매하고 있지만, 현대차의 넥쏘가 주행거리와 연비 등 상품성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 중 한국과 일본이 유일하게 수소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넥쏘의 상품성이 더 좋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지도 향상을 목적으로 출시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기차 라인업도 많이 전시합니다. 현대차는 주력 전기차 아이오닉5와 인스터(국내명 캐스퍼 일렉트릭) 확장형인 인스터 크로스, 콘셉트카 인스터로이드 등을 내놓습니다. 인스터는 올해 4월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 뒤 매달 100대 넘게 팔리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기아는 첫 목적기반차량(PBV) PV5를 일본에 처음 공개하며 상용 전기차 시장을 노립니다. PBV는 물류와 배송 같은 특정 목적에 맞춰진 차량으로, 일본의 고령화와 심해지는 물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 6월 현대차 디 올 뉴 넥쏘 미디어 시승회에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이 일본 시장에서 전기차와 수소차에 집중하는 까닭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약점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일본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지만,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90%를 넘을 만큼 수입차에 까다롭습니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 시장에 들어갔다가 어려움을 겪으며 2009년 철수한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은 상황이 다릅니다. 일본의 전기차 비중은 1~2%대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면서 전기차 전환이 늦어진 틈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일본 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전기차 구매 지원금도 주고 있습니다.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 같은 해외 전기차 회사들이 최근 일본에서 판매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줍니다.
현대차도 2022년 5월 일본 시장에 다시 들어온 뒤 전기차와 수소차로만 차량을 구성했습니다. 아이오닉5, 넥쏘, 코나 일렉트릭 등을 내놨지만 처음엔 판매가 부진했습니다. 2022년 526대, 2023년 492대를 팔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618대를 판매하며 반등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은 주행거리 걱정과 충전소 부족으로 전기차 보급이 더딘 상황입니다. 일본 소비자들이 신중하게 차를 사고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현대차가 온라인 위주로 판매하면서 일본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