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전기차 판매 성장세의 둔화가 지속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SK온)가 사업 전략 재조정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손잡고 세운 합작공장(JV)들마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배터리 업계가 새로운 수요처인 ESS로 눈을 돌리며 활로 찾기에 나선 것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합작법인 ‘넥스트스타 에너지’가 캐나다 온라이오주 윈저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넥스트스타에너지)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달 31일 SK온을 끝으로 올 3분기(7~9월) 실적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 6013억원으로 ‘깜짝 실적’을 냈지만, 삼성SDI과 SK온은 각각 영업손실 5913억원, 1248억원을 내며 적자가 지속됐습니다. 이처럼 실적 부진이 심화되자 업계는 단독 공장뿐 아니라 스텔란티스, 포드 등과 합작 JV 공장까지 활용해 ESS용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JV를 포함해 캐나다 스텔란티스 JV의 라인 전환을 통해 ESS용 배터리를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LG엔솔은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스텔란티스와의 캐나다 합작공장에서 배터리 양산 준비를 마쳤다”며 “전방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변하는 만큼 해당 공장에서 ESS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대용량 제품 스펙과 원가 경쟁력을 갖춘 각형 기반 ESS 리튬인산철(LFP) 제품을 준비해 고객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SDI도 이달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내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에서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 ESS용 배터리 라인 가동을 시작하며, ESS용 배터리의 현지 양산을 본격화했습니다. 이어 내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LFP 배터리 라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내년 말경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연간 30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SK온 역시 다수의 고객사와 최대 10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논의 중입니다. 이를 위해 JV를 포함한 모든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ESS는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ESS는 단순히 전기차 캐즘을 버티기 위한 대안이 아니라, 캐즘 이후 배터리 사업의 성장 모멘텀을 이끌 전략 분야”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