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최근 신규 상장 종목들이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따상'), 네 배('따따상') 수준까지 급등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투자심리 회복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된 IPO(기업공개) 제도 개편으로 인해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핵심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상장 초기 매도 물량이 제한되면서 매수 수요가 우위를 보이는 구조가 형성된 셈입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노테크(469610)는 공모가 1만4700원 대비 약 300% 높은 5만8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실상 '따따상'에 해당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지난 3일 상장한
노타(486990)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약 두 배 수준에서 출발한 뒤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7일 종가 기준으로는 공모가 대비 500% 이상 상승했습니다. 지난 10월1일 코스피에 입성한
명인제약(317450) 역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에서 거래를 마치며 강세를 보였습니다. 업종과 기업 규모가 서로 다름에도 상장 초기 주가 급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인 변화의 징후로 해석됩니다.
핵심 요인은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 도입에 따른 상장 초기 유통 물량 축소로 꼽힙니다. 해당 제도는 기관투자자가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겠다고 확약해야 공모 배정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상장 직후 시장에 실제로 풀리는 물량을 줄이는 효과를 냅니다. 반면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한 상태여서 적은 거래량으로도 초기 주가가 쉽게 상단으로 밀려 올라가는 수급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상장 종목 중 확약 비율이 높았던 기업일수록 공모가 대비 상장 후 수익률이 우수했다"며 "이는 제도 개편 이후 초기 수급 구조 변화가 실제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근거"라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기업들이 변동성 장세를 의식해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밸류에이션을 보수적으로 적용한 점도 상장 후 가격 재평가 여지를 키웠습니다. 공모가를 높게 가져가지 않으면서 상장 후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빠르게 반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입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제도 개편 직후에는 공모 시장이 한 차례 관망세에 들어갔지만, 명인제약 등 성공 사례가 확인되면서 다시 수요예측 열기가 살아났다"며 "초기 유통 물량 감소가 공모주 투자 기대를 자극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IPO 시장의 흐름은 진입 장벽은 높아졌지만, 진입 후 보상은 더 커진 구조로 재편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심사 기준 강화로 예비심사를 통과하기까지의 문턱은 확실히 높아졌다"며 "그러나 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의무보유확약 확대로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이 제한돼 있어, 초기 수급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즉 지금의 IPO 시장은 들어가는 문은 좁아졌지만, 들어가면 주가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으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연말로 갈수록 공모주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강세 흐름과 유동성이 공모주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연말까지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이 우호적인 환경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IR 업계에서도 내년 대외 변수로 실적 변동성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상장 시점을 연내로 앞당기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 유동성 효과에만 기대는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상장 직후 주가 상승이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력·수익성·확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