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특허 쏟아내는 중국

중 디스플레이 특허 60% 급증
반도체 특허도 세계 절반 이상
특허 소송 격화…업계 적극 대응

입력 : 2025-11-14 오후 2:52:03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중국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특허 출원을 늘리면서 기술 자립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기술력은 아직 국내 업체들이 앞서 있지만 중국의 특허 침해와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중국 장쑤성 쑤첸의 한 반도체 제조 공장에서 기술자가 반도체 장비를 가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주요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략과 지식재산권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2014~2023년)간 BOE, CSOT 등 중국 주요 4개 디스플레이 기업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 출원은 평균 60% 증가했습니다. 특히 중국 비전옥스(Visionox)의 경우, 특허 출원 증가율이 160.9%에 달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도체도 비슷한 양상입니다. IP 전문 기업 매시스앤스콰이어에 따르면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중국의 반도체 특허 출원 수는 4만6591건으로, 지난해 3만2840건 대비 42%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반도체 특허 출원 수가 8만892건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나온 셈입니다. 
 
특히 중국 화웨이는 특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본 니혼자이게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는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GPU 특허 출원 건수가 10배 급증했습니다. 이에 특허 로열티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지난해 특허 라이선스 수익은 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화웨이는 GPU ‘어센드’를 개발하면서 중국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이 특허 출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미국의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규제로 기술 자립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반도체 투자 기금을 조성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3440억위안(약 70조7298억원)을 투입해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기술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신사옥 SDR.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중국은 ‘중국제조 2025’의 일환으로 직접보조금, 세금 지원 등 대규모 재정 지원과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해 디스플레이 산업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제조기업의 매출 적자 발생 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기업들의 몸집을 키우면서, 중국 업체들이 IP를 수월하게 마련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기술 자산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소송전을 벌이는 만큼 국내 업체들의 기술 보호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상황입니다. 중국 화웨이의 경우 대만 미디어텍에 이동통신 분야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YMTC는 미국 마이크론이 3D 낸드 등 제품에서 자사 특허 11개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전에 뛰어들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 업체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중국 톈마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7건의 디스플레이 기술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10여년간 라이선스 협상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자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BOE와 4년째 OLED 특허 침해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BOE의 특허 침해를 인정받아 승소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중국 CSOT를 상대로 OLED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기술을 보호하고, 기술 침해 사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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