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가 올해도 최대 실적을 향해 순항하고 있습니다. 사상 최고실적을 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조치로 이자이익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가팔랐던 증가세가 잠잠해졌는데요. 핵심계열사인 은행의 은행의 실적 둔화 가능성이 제기면서 은행 대출 중심의 성장이 아닌 '비은행'과 '비이자이익' 성과가 리딩금융(실적1위 금융지주사)를 가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은행 실적 '상향 평준화'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리딩금융은 계열사별 수익원을 다변화하면서 비은행 기여도를 높인 KB금융지주가 선두 자리를 견고히 이어가고 있지만, 리딩뱅크의 경우 매년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2021년 KB국민은행, 2022~2023년 하나은행, 지난해 신한은행이 올랐는데 세 곳이 해마다 일회성 요인 등에 따라 수성과 탈환, 재탈환을 분기별로 벌이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3645억원을 시현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28.5% 늘어난 최대 실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 기간 신한은행 순이익은 3조3561억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지난해보다 8.2% 증가한 최고 성과로 국민은행과 84억원 차이에 불과합니다. 하나은행 역시 3조13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증가하면서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9.15% 감소한 2조2933억원으로 규모 차이가 있습니다.
리딩뱅크를 두고 다투는 대형 은행들의 실적은 상향 평준화된 모습입니다. 다만 앞으로 수익성 둔화의 복합 악재만 앞두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총량관리와 고강도 대출 규제가 시행되고 포용금융 등 정책 차원의 출혈이 많아져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1.56%로 집계됐습니다. NIM은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을 이자수익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3%p 하락한 수준입니다. 이같은 하락 배경으로는 금리인하기에 이자 수익이 감소한 데에 더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대출 공급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 마진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이자이익을 지켜냈습니다.
이자이익보다 눈에 띄는 건 비이자이익 성장세입니다. 정부의 규제 강화로 사상 첫 코스피 4000 돌파 등 증시 활황으로 펀드 수수료 수입 등 이자 이익 외에 다른 돈벌이 부문으로 영업을 적극 확대한 것이 호실적을 거둔 배경으로 꼽힙니다. 5대 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12조25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가량 증가했습니다. 주식거래대금 확대로 유가증권 수수료가 크게 증가했고 방카슈랑스 판매 호조와 외환 파생 실적 증대 등이 주효했습니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대출 성장은 5% 내외 수준이지만 유가증권은 9%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며 "최근의 흐름이 자본시장으로 옮겨가는 점을 고려해 유가증권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는 "외형증가율 대비 이자증가율은 낮은 상태로, 장기적으로 이자이익은 빠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내년 자원배분은 은행 부문 외에도 자본시장 관련 부문의 성장 여력을 함께 검토하고 있고, 증권 브로커리지와 IB 중심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추진하되 리스크 관리를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지주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앞으로 수익성 둔화의 복합 악재에 직면했다. 서울시내 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WM·IB 새 수익원 부상
더 이상 대출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는 공통적인 위기감은 금융지주들이 '비은행'과 '비이자수익'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흐름과도 맞물립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잘 갖추면서 리딩 금융을 다투는 KB금융이나 신한금융처럼, 은행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특히 수익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는 여전히 70%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증권, 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이 신통치 않기 때문입니다.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가운데 은행 비중은 76.0%로 집계됐습니다. 금융지주마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전년 동기(76.3%)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입니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은행 비중이 91.3%로 가장 높았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5.1%p 올랐습니다.
KB금융(105560)의 은행 비중도 전년 동기보다 6.1%p 상승한 65.7%였습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은행 의존도가 지난해 94.8%에서 올해 82.0%로 낮아졌습니다. 신한금융과 농협금융은 은행 비중이 각각 1.5%p, 2.0%p 하락했습니다.
금융지주별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하나금융은 증권, 카드, 생명보험, 캐피탈, 저축은행 등 대부분 계열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습니다. KB금융도 증권, 카드, 생명보험의 실적이 각각 9.2%, 24.2%, 2.3% 줄었습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하반기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한 데다 지난 7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효과로 은행 의존도가 낮아졌습니다. 신한금융은 신한투자증권과 신한라이프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4%, 10.1% 증가한 효과를 봤습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 실적부터 유심히 보면 좋을 항목은 비이자이익 항목과 은행 외 계열사의 실적"이라며 "회사마다 희비가 엇갈릴 수는 있겠으나 브로커리지(금융거래 중개), IB 수수료, 방카슈랑스 판매, 외환·수탁 비즈니스 같은 서비스들이 숨은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본점 모습. (사진=각 사)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