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전기차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수급을 안정화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완성차업체들은 배터리를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기아의 미래 모빌리티 배터리 안성 캠퍼스 조감도. (사진=현대차)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차세대 전동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배터리 개발 거점 조성에 나섰습니다. 최근 경기도 안성에 준공한 배터리 캠퍼스는 대규모 배터리 특화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이곳에서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부터 성능 테스트, 양산 기술 검증까지 전 과정이 이뤄집니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터리 캠퍼스는 국내 배터리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산업 간 협업과 기술 고도화를 촉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토요타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약 20조원을 투입해 건설한 배터리 공장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공장은 토요타의 북미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입니다. 2030년까지 연간 35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자체 생산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한발 더 나아가 양극재, 음극재, 동박업계 국내 소재사들과 직접 접촉하며 배터리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전 과정을 통제해 마진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미 자체 개발한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배터리 제조 공정의 혁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가속화하는 배경에는 전기차 원가 절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배터리가 전기차 제조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만큼, 자체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내재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며 “전기차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원가 절감은 필수적입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기존 완성차업체들도 가격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아울러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배터리 수급의 안정성을 높여 생산 차질을 막고, 부품 공급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반도체 부족 사태로 자동차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차업체들은 핵심 부품의 안정적 확보에 더욱 신경 쓰고 있습니다. 특히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자체 생산능력을 갖추면 원자재 수급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차량 성능 향상도 주요 목표입니다.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설계하고 생산함으로써 전기차 모델에 최적화된 성능을 구현하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와 차량을 함께 개발하면 주행 거리, 충전 속도, 내구성 등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과 차량 제어 시스템을 통합 개발하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