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를 현행 대비 10%포인트(P) 넘게 낮춘 40%대로 설정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이 정부 방침으로 부상했습니다. 제약업계에선 산업 발전이 저해될 뿐 아니라 중소사는 생존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일각에선 제네릭 중심의 수익구조를 바꾸는 체질 개선 적기를 놓쳤다는 자조 섞인 비판도 들려옵니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제네릭 약가 산정 비율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5.35%에서 40%로 인하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확정했습니다.
제네릭 약가 인하는 지난 2012년 이후 13년 만입니다. 정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드라이브는 제네릭에 쏠린 급여의약품 구성에서 벗어나라는 채찍의 일환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2만1962개의 급여의약품 등재 품목 중 오리지널 의약품은 2474개로 전체의 11.3%에 불과했습니다. 제네릭이 전체 급여의약품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셈입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제네릭 약가 인하 칼을 빼들자 산업계에선 우려 섞인 예상부터 나왔습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에도 참여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약가제도 개편안이 보고된 당일 입장문에서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약가가 원가 수준으로 더 낮아지면 기업은 저가 필수의약품 생산을 가장 먼저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수입의존도 증가, 필수의약품 공급 차질, 품절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당장 제네릭 매출 비중이 높은 중소사에선 제네릭 약가 인하가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 대안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정부 방침대로 제네릭 약가가 조정된다고 신약이 한순간에 탄생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외부 투자를 통해 재원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일이 신약개발인데, 주요 매출원인 제네릭 약가를 인하해 혁신신약을 개발하라는 건 근시안적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수이긴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제네릭 중심의 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한 약가제도 개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만큼 그동안 제약업계의 인식 개선이 부족했다는 자기비판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미 2012년 대대적으로 제네릭 약가를 떨어뜨렸다"며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신약개발이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제네릭 중심의 사업 모델에 변화를 주기에는 모자라지 않은 시간"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글로벌 무대에선 최근 각광을 받는 비만 치료제뿐 아니라 항체-약물 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GCT) 등 새로운 약물 개발을 위한 시도가 이어지는 반면 잠재력과 인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제네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장 최근 약가제도 개편 이후 13년이 지났는데도 제네릭 약가를 떨어뜨리면 산업계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건 첫 번째 체질 개선 적기를 놓쳤다는 의미"라고 평가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