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마친 재계, 내년 사업전략 몰두

HD현대, 경영전략회의 ‘100조 매출’ 비전
삼성·LG 이달 중 전략회의…사업전략 논의
‘조기 인사’ SK, AI 실행력 등 시너지 도모

입력 : 2025-12-04 오후 3:06:47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예년보다 앞당긴 인사로 진용을 정비한 재계가 내년도 사업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인공지능(AI) 전환 등 기술 발전 흐름에 맞춰 새로운 성장 기반을 조기에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재계의 사업전략회의는 연례행사 성격이 짙지만 올해 관세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에 따른 어려움이 컸던 만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제시될 미래 청사진에 이목이 쏠립니다
 
서울 도심에 입주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4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는 3~4일 양일간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정기선 회장을 비롯한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오일뱅크 등 계열사 사장단 및 주요 경영진 32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조선 발주 사이클 둔화, 미국·유럽·중국 등 보호무역주의 및 현지화 정책 강화, 주력 사업에서의 중국 등 경쟁 기업의 거센 추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됐습니다.
 
HD현대는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조선·건설기계·에너지·신사업 등 그룹 전 사업 부문의 경영전략을 점검하고 친환경·디지털·AI 전환 가속화, 핵심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신성장 분야 육성 등을 골자로 향후 5년 내 그룹 매출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성장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조선 분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건설기계 분야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입니다. 또한 정유·석유화학 사업은 경쟁력 회복을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전력기기 사업은 글로벌 수요 증가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입지를 보다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아울러 로보틱스·소형원자로(SMR) 등 그룹의 미래 신성장 사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한편, 본격적인 성과 창출을 통해 그룹의 중장기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금이 우리 그룹의 변화와 도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주력 사업들이 직면한 엄중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리더들부터 HD현대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그룹의 미래를 준비해달라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하반기 전략회의…뉴삼성촉각
 
삼성전자도 이달 16~18일 사흘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내년도 사업 점검에 나섭니다.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각 사업 부문별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논의를 하는 연례 회의 성격의 자리지만, 이번 회의는 그룹의 전략·인사·재무 등을 책임지는 사업지원실 출범 후 열리는 첫 전략회의인 만큼 각 사업별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비전의 윤곽이 드러날지 주목됩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16~17,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18일에 각각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노태문 DX부문장(사장)과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각각 회의를 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고 추후 사업전략 등을 보고 받을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인한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응 전략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점쳐집니다. 또한 갤럭시S26 시리즈 등 신제품 판매 전략과 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대응 전략 등도 집중 논의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특히 지난달 인사로 새롭게 출범한 박학규 사업지원실장(사장)의 참석 여부도 주목됩니다. 통상 전략회의는 각 사업별 부문장 주재로 진행돼왔지만, 사실상 컨트롤타워의 수장이 바뀐 만큼 경영 현안을 점검하기 위해 박 실장이 회의에 배석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LG그룹도 이달 중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LG 최고경영진이 모인 사장단 회의를 통해 내년도 사업 계획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앞서 지난 9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구 회장이 AX(AI 전환) 등 경영 전략의 가속화를 주문한 만큼 이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한편, 새롭게 발탁된 CEO와 함께 내년도 사업전략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찌감치 조기 인사를 마무리 지은 SK그룹은 지난달 초 CEO 세미나를 통해 내년도 사업 전략을 점검한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주요 계열사 CEO들은 AI 시대에 맞게 비즈니스 코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며 그룹 전체의 AI 실행력을 강화하고 협업 시너지를 도모하기로 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AI 대전환 시대에 맞는 진용과 전략을 구상하는 것들이 이번 전략회의의 화두가 될 것이라며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에 따른 해외 투자 실탄 마련과 국내 투자 요소 등 자금의 분산 배치에 대한 과제도 남아 있기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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