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공시톺아보기)자율공시에 담긴 한미반도체의 '밸류업 계산서'

HBM 독점지위·지배구조 개선·신사업 로드맵까지
자율공시, 밸류업 정책 이후 표준으로 자리잡아

입력 : 2025-12-26 오후 4: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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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기업인 한미반도체(042700)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공시했다. 이번 공시는 단순한 성과 나열이라기보다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 흐름 속에서 실적과 기술 경쟁력, 지배구조를 함께 설명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최근 금융당국이 단기 주주환원을 넘어 중장기 전략과 지배구조 개선 방향까지 함께 제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선택 사항이던 자율공시가 이제는 시장과 정책 환경에 대한 기업의 대응 전략을 알리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사진=한미반도체 홈페이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이날 ‘2025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공시했다. 이번 계획에서 회사는 글로벌 고객 기반과 기술 경쟁력, 중장기 성장 전략,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한 번에 제시하며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드러냈다.
 
우선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론으로부터 '탑 서플라이어(Top Supplier·최우수 협력사)'로 선정된 이력을 공개하고, 대만과 싱가포르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에 대한 밀착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 고객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해외 영업 기반을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회사는 3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으며, 최근 10년간 해외 매출 비중이 평균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는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3e) 기준 열압착(TC) 본더 세계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하고, 2025년 전 세계 HBM 생산용 TC 본더 시장에서도 71.2%의 점유율을 기록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우주탐사용 로켓과 통신위성에 적용되는 전자파 차폐장비(EMI 쉴드)를 글로벌 우주항공 업체에 공급하고 있는 점도 언급하며, 반도체 장비 외 영역으로의 기술 확장 가능성도 부각했다.
 
중장기 성장 전략과 지배구조 개선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한미반도체는 2026년 와이드 TC 본더, 2028년 하이브리드 본더를 각각 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용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2026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준수율을 현재보다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기술과 실적뿐 아니라 기업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도 강화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번 공시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 기조와 맞닿은 모습이다. 
 
정부는 국내 상장기업들이 실적과 성장성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아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흐름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추진 중이다. 실적 대비 낮은 주가, 취약한 지배구조, 소극적인 주주환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내 상장사들이 저평가돼 왔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진단과 중장기 개선 계획 공개를 유도하면서, 단기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을 넘어 실적 경쟁력·성장 전략·지배구조 개선까지 제시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기에 최근 상법 개정 등으로 주주 권리와 이사 책임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밸류업 관련 자율공시 참여도 확대되는 추세다.
 
자율공시는 법이나 규정에 따른 의무 공시와 달리, 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정보 공개 수단이다. 통상 실적 공시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향후 전략과 방향성을 시장에 미리 알릴 필요가 있을 때 활용된다. 투자자와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시장의 오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 이후에는 법적 의무 공시 외에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같은 자율공시가 일종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주가나 기업가치 개선 로드맵을 제시해 투자자 기대를 유도할 수 있고, 시장 감시를 전제로 경영 계획의 실행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자율공시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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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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