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가상자산 규제, 결국 은행·증권사 진입용 ‘길닦기’?

스테이블코인, 은행 쪽에 무게
거래소 지분율 제한 추진 논란
은행·증권·거래소 연합 가능성

입력 : 2026-01-09 오전 11:30:41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범수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규제 방향성이 전통금융사의 자본 투입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진행 중인 입법 논의가 대체로 기존 은행이나 증권사들의 가상자산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하는 쪽으로 진행되면서, ‘혁신’보다 ‘안정’과 ‘관리’ 쪽에 무게가 쏠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말 민주당 디지털자산 TF 의원들에게 ‘디지털자산기본법 주요 쟁점’과 관련해 조율 방안을 보고했습니다. 금융위가 꼽은 주요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에 관한 내용과 디지털자산거래소 지배구조 개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금융위가 민주당 TF에 보고한 두 쟁점의 조율 방안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시장과 업계에서는 여러 논쟁이 오가고 있습니다. 다만 금융위는 "지배구조 개편,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등 법안 주요 내용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확정된 게 아니라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은행, 증권사의 디지털자산시장 진입을 형상화했다.(이미지=디지털애셋)
 
스테이블코인, 한은 주장대로?
 
지금껏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둘러싼 논의는 두 가지 주장이 대립해왔습니다.
 
첫째는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구조로 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 안정성·규제준수·통화주권·자본유출방지 등을 이유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 중심으로 먼저 추진하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특히 이 총재는 그 과정에서 일부 국회 정무위원들을 직접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는 핀테크 등 혁신·기술기업이 포함된 컨소시엄 구조로 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소속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2025년 11월 한은의 우려를 '괴담'으로 표현하며 일축했고 민간 혁신을 위한 핀테크 등 민간기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이번 금융위의 조율안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 요건에 대해 '인가 요건 대통령령 위임'을 검토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그 예시로  '은행 중심(50+1) 컨소시엄 허용'이 언급됐습니다. 결국 금융위 역시 한국은행이 주장해온 것처럼 은행 중심 컨소시엄 주장을 수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이에 더해 은행 업종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업 추가하는 방안이 시장에서 거론되면서 "사실상 은행 중심 구조를 염두에 두고 규제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현행 은행법상 은행은 타사 지분을 15%까지만 소유할 수 있어서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이 사실상 어렵다는 반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그 해결책으로 은행에게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을 자회사 업종으로 허용하는 게 거론되면서 은행 중심 논의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입니다.
 
지분율 15~20% 제한? “과격”
 
이 규제의 주요 내용은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을 ATS에 준하는 15~20%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업계에선 "과격하다"는 평가와 함께 결국 금융위가 증권사 등 전통금융 자본을 시장에 투입하기 위해 판을 깔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간 디지털자산거래소들의 규제 준수 역량 부족과 이해충돌 우려 등을 내세워 향후 규모가 커질 시장에 대비한 조치로 보는 시각입니다.
 
대주주 지분율을 제한하면 기존 디지털자산거래소 지분에 증권사 등 전통금융사가 들어오거나, 증권사들이 컨소시엄를 만들어 들어올 수 있습니다. 혹은 넥스트레이드, 한국거래소(KRX) 등 기존 자본시장법상 거래소들도 컨소시엄을 만들어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립니다.
 
금융위는 또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거래소 인가제를 새롭게 도입하려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껏 디지털자산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제로 당국에 등록 절차를 거쳤습니다. 신고제는 사업자가 일정 조건을 갖추면 허가하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가제를 도입하면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새롭게 인가를 받기 위해서 규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디지털자산 업계에서는 재산권 침해, 과격한 규제 등을 이유로 이런 규제 방향에 강하게 반대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소유분산 기준을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안정적 경영과 주주의 권익 측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디지털자산 TF 소속 상당수 의원들도 금융위의 이런 조율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나친 규제가 ‘혁신’을 해칠 수 있고, 지금껏 디지털자산 시장을 일궈온 기존 업체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5대 원화마켓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이미지=각 거래소, X, 페이스북)
 
합종연횡 모델 성공할까
 
성장하는 디지털자산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변수와 의견 차이 탓에 업계에서는 예전부터 디지털자산거래소가 은행이나 증권사와 결합하는 합종연횡 모델이 계속 거론됐습니다.
 
특히 최근 미래에셋그룹의 코빗 인수 추진이나 메리츠증권의 빗썸 대주주 진입 검토가 대표적입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컨설팅은 원화마켓 거래소 코빗 인수를 추진 중입니다. 메리츠증권도 빗썸 대주주인 버킷스튜디오 인수 컨소시엄에 재무적투자자(FI)로 들어가는 걸 검토 중입니다.
 
은행들도 이전부터 디지털자산시장 진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앞서 관심을 보인 분야는 커스터디입니다. 커스터디 업체 코다에는 KB국민은행이 지분 참여 중이고, 케이닥에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KB금융·우리금융·신한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 회장들도 신년사에서 디지털자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유럽연합(EU)과 미국도 금융사 진출 유도에 적극적입니다. EU의 디지털자산기본법 미카엔 지분율 상한 등 규제는 없지만 은행 등 기존 금융사는 간소화된 절차로 미카의 암호자산사업자(CASP)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스페인 대형은행 BBVA, 독일 증권거래소 도이체뵈르제 계열사 클리어스트림 등이 CASP를 통해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2025년 5월 "은행이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와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1월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은행이 수탁한 디지털자산을 부채로 취급해 은행의 취급을 막던 회계지침(SAB 121)을 철회하면서 시장 진입의 물꼬를 튼 바 있습니다. 이에 US뱅크는 9월 중단했던 디지털자산 커스터디를 재개했고, 소파이뱅크도 12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습니다.
 
박범수 기자 cmsbumsu@digitalasset.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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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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