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수출 승인을 검토 중인 가운데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H200 구매를 조건부 승인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입 승인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엔비디아는 중국 고객사들에게 전액 선결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각) 진행된 CES 2026 라이브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올해 1분기 상업적 용도로 자국 기업들의 H200 구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자국 안보를 위해 군, 정부기관, 핵심 인프라 등에는 H200 칩 공급을 금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중국 정부는 애플과 마이크론 등에도 같은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기관이 H200 사용을 요청할 경우, 개별 사안별로 심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H200 수출 허용 이후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H200을 200만개 이상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액으로는 약 540억달러(약 78조원) 수준으로, 엔비디아의 H200 재고 물량인 70만개를 크게 웃도는 규모입니다.
자국 기업들의 주문이 밀려들자 중국 당국은 최근 일부 중국 기업에 H200 구매를 일시 중단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외산 칩 의존도가 높아지면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H200 구매 시 일정 비율의 자국산 칩을 함께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200은 엔비디아의 현세대 아키텍처(설계구조)인 ‘블랙웰’의 한 세대 이전 모델이지만 중국 수출용으로 설계된 H20보다는 약 6배가량 성능이 뛰어납니다. 중국 화웨이의 자체 인공지능(AI) 프로세서인 ‘어센드 910C’와 비교해도 성능 면에서 H200이 더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ES 2026’에서 “중국 시장에서 H200 수요가 높다”면서 생산 확대를 위한 공급망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가 ‘허용한다’는 식의 공식 발표를 따로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중국 고객사에게 H200 구매 시 전액 선결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수출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중국 판매용으로 설계된 H20의 갑작스런 수출 규제로 55억달러(약 8조원)가량의 손실을 입은 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조건부 승인이라 해도 H200 수출 재개는 엔비디아에게 분명한 호재”라며 “국내 메모리 업체들도 H200 수출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