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부의 '물가 잡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식품업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예년에는 과징금 선고 단계에서 하던 브리핑을 조사 초기부터 공개하면서, 기업들은 조사 사실만으로 평판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커져섭니다.
6일 공정위는 전분당 4개사 담합 의혹 심의 절차가 개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공정위는 이날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사에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7년6개월에 걸쳐 반복·조직적으로 판매 가격을 담합했다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습니다.
업계는 이번 브리핑 역시 공정위와 검찰이 식품업계 담합 조사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며 물가 안정 의지를 천명한 이후, 검찰은 지난달 2일 약 10조원 규모의 밀가루와 설탕 담합 정황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관련자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통상 검찰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에 따라 공정위의 고발을 통해 수사를 진행하지만, 이번에는 한 발 앞서 해결에 나선 겁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검찰의 성과를 공개적으로 격려하자 공정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공정위는 조사 상황을 수시로 공개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이는 과거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수위가 결정된 단계에서 브리핑을 진행하던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입니다.
행정 기관들의 경쟁적 압박에 식품 업계는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공개되는 내용이 결론과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여론의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가 라면, 과자, 빵 등 가공식품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과거 대형마트 납품업체 갑질 사건을 비롯해 한화그룹 일감 몰아주기, 삼성·GS그룹 담합 의혹 등도 조사 과정에서 제기됐지만 최종 심의에서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일부 또는 전부 무혐의로 판단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조사 초기 단계에서 발표가 이뤄지면 이후 결과가 달라지더라도 기업 이미지는 이미 타격을 받은 경우가 많다"며 "평판 훼손은 물론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수 악화로 수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규제 리스크 확대 우려도 제기됩니다. 국내 경쟁당국의 조사 이력이 해외 규제 당국의 추가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입니다. 실제 글로벌 식품기업들의 경우 당국 조사 이력이 다른 국가의 규제 심사 과정에 참고 사례로 활용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판단은 향후 민사 소송의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아 기업들의 집단소송 발발 등 사법 리스크까지 높아질 수 있다"며 "조사 단계에서 제기된 의혹이 장기적인 법적 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기업으로선 큰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