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승현기자] 올 해 주식시장의 최대 이슈를 꼽자면 대부분 코스피 2000포인트 돌파를 꼽을 것이다. 개인별로 체감지수는 다르겠지만 오랜 세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증시에서 2000포인트 돌파와 함께 조정마저도 이겨낸 코스피의 '뒷심'은 누가 뭐래도 인상적인 모습이다.
2010년의 펀드 시장은 어땠을까? 2007년 까지 펀드가 대유행처럼 번지면서 상품 개수로는 세계 최대라는 말까지 들었던 국내시장은 금융위기를 비롯해 연이은 악재의 파도에 휩쓸리면서 수익률 반 토막 행진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올해 증시가 부활의 날개를 펼치면서 펀드시장에서는 대대적인 탈출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본전 찾을 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투자자들이 앞 다투어 차익실현 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환매열풍'의 시작이다.
◇'환매'의 역습
2007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지수 1800선 이상에서 들어온 국내 주식형 펀드 규모는 28조6397억원이다. 이중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2월 24일까지 이 지수대에서 빠져나간 펀드 규모는 16조5290억원에 달한다.
12월 들어서만 투신권이 쏟아낸 물량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달 순매도의 70% 이상이 지난 14일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선 이후에 쏟아진걸 보면 2007년 말에 유입되어 지금껏 움츠려있던 자금들이 일제히 환매된 것이다.
특히 주식형펀드에서 대규모 환매가 일어났었는데 이것 때문에 대형운용사들의 펀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많이 저조했기 때문이라고 자산운용 업계는 말한다. 특히 운용사 간에도 펀드 수익률의 격차가 컸던 것이 올해 펀드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때문에 쓰나미 속에서 트러스톤과 알리안츠자산운용 등 일부 중소형 운용사들에는 오히려 자금이 몰려들기도 했다. 그러나 한때 시중의 돈을 쓸어 담는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2조가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ETF펀드와 자문사의 부상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해외주식형펀드 수익률을 웃돌았다. 국내주식형펀드는 연초 이후 지난 27일까지 18.21%의 수익률을 낸 반면 해외주식형펀드는 7.86%에 그쳤다.
특히 수익률 상위를 기록한 국내 주식형 펀드 5개 중 4개가 ETF펀드가 차지했다. 특히 조선업종에 투자하는 ETF펀드가 최고 100%의 수익률을 올리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형이며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상에서 주식을 사고팔듯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도 인기에 크게 한몫했다.
온라인펀드의 성장도 눈부셨다. 12월 온라인펀드 설정액은 1조2942억원(24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18% 증가했다. 온라인펀드는 증권사와 은행 등 판매사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직접 가입하기 때문에 일단 보수를 절감할 수 있다.
올해는 또 자문사의 행보가 크게 두드려졌다. 증권사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이 10월말 기준 33조원에 달하고 창의투자자문 같은 스타급 자문사에는 순식간에 1조원 넘는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소수의 종목에 집중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자문사의 방식이 리스크 대응에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막지는 못한 것이다. 자문사들중 브레인, 케이원 등은 운용사들도 무시 못 할 만큼 올 한해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뉴스토마토 안승현 기자 ahn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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