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도는 국가장기전략

국정의 연속성없이 임기말에 국가전략 수립 반복

입력 : 2012-01-25 오후 6:12:06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그야말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형국이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저출산-노령화'에 대비한 장기적인 국가전략을 세우기 위한 부서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임기 2년을 남겨놓은 2006년에 TF를 구성해 '비전2030'이라는 장기국가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역시 저출산과 노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위기 상황에 한가한 짓이다.", "뜬금 없이 정권 말기에 장기 전략이라니.."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 한 방송인터뷰에서 이같은 지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정권에 따라 5년 임기에 한정돼 일을 한다거나 전반적인 국민의 특성상 근시안적인 일 위주로 했기 때문에 멀리 보지 못하고 놓친 게 많았다"며 이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획재정부의 재정정책국을 폐지하는 대신 장기전략국과 국제금융협력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이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편안의 주요골자는 장기전략국이 1차관 산하에 신설돼,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실업, 보육문제 등에 대해 최장 30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정부 정책과 대응방향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즉,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국가 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살피겠다는 뜻이다.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왜 하필 지금이냐는 시기적 논란과 방법론에 대한 잇따른 지적을 두고 장기전략국의 성패에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것은 피할 수 없다.
 
박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6개월 간 업무를 살피고 적응하는 워밍업 기간을 거쳤다. 이번 인사 개편을 시작으로 박 장관의 정책 컬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장관 개인적으로는 이제서야 업무를 파악해 무언가 해보려는 시도겠지만 이같은 패턴은 매번 반복되어 왔다.
 
정부는 정권 말기마다 장기 비전을 내세웠지만 성공한 적은 없었다.
 
김영삼 정부 말인 1997년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개 국가과제라는 장기계획을 발표했지만 곧 들이닥칠 외환위기조차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도 2002년 재경부 주도로 전문가를 총동원해 '2011 비전과 과제'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비전 2030'이라는 이름으로 최초의 국가 장기종합계획을 내놨다. 최초의 장기 재정계획이었던 '비전2030'은 '복지포퓰리즘'이라는 융단폭격만 맞고 토론도 못해보고 좌초했다.
 
홍남기 재정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장기전략국' 신설과 관련해 "중장기적·구조적 관점에서 정책여건을 진단하고 관련 정책을 시행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권말 국가 장기비전이나 장기계획을 수립했던 사례와 연관시키고 있는 여론에 대해 적극 해명까지 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MB정부 출범 이후 국가경쟁력위원회, 미래위원회 등 여러 위원회가 중장기 비전을 표방했으나 요란한 구호에 비해 성과는 오십보 백보라는 평가다.
 
국정의 연속성 없이 전임 정부가 세워놓은 전략은 폐기해버리고, 임기 말이 되어서야 새로운 장기전략을 세우는 행태가 반복되는 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신세는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재정부의 조직개편안이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재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재가 후 공포와 동시에 시행에 들어간다"며 "다음주 초쯤 개편조직이 운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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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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