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그리스가 130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 지원 확정으로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디폴트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아직 통과해야 할 관문이 산적해 있다.
우선 유로존 각국의 의회 승인 등 정치적 사안과 함께,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숙제다. 오는 4월 그리스 총선 이후 그리스가 긴축안을 제대로 이행할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 그리스가 당장 디폴트 위험은 피했지만,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첫번째 관문은 독일과 네덜란드
그리스가 통과해야 할 첫번째 관문은 독일과 네덜란드 의회다.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해 그 동안 강경하게 반대 의사를 고집해왔던 이들 국가의 의회 통과 여부에 시장의 관심도 집중돼 있다.
당초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부채가 경기악화로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9% 수준으로 줄어드는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고, 이에 재무장관들은 123% 수준까지 목표를 정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독일과 네덜란드는 120% 목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결국 120.5%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독일 의회는 오는 27일, 네덜란드 의회는 28~29일에 그리스 구제금융안 표결을 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독일 의회의 표결에서는 조마조마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민주당에서는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얀 케이스 드 예거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전 기자회견을 통해 “네덜란드는 그리스가 긴축을 이행하고 있다는 더 확실한 증거를 내놓을 때까지 구제금융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로이카, 자금 조달 분담 이견
EU와 IMF, 유럽중앙은행(ECB)을 일컫는 이른바 '트로이카'가 그리스 구제금융 자금을 어떻게 분담할지도 문제다.
WSJ에 따르면 IMF는 2차 구제금융 중 분담규모를 10% 정도인 130억유로로 최소화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신흥국 등의 반발을 고려해서다.
만약 IMF가 130억유로를 부담하는데 그친다면, EU와 ECB는 1차 구제금융에서 지원했던 800억유로보다 훨씬 더 많은 1170억유로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IMF측은 "아직 어느 정도를 분담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1300억유로로는 그리스 부채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유로존 관료들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보고서를 인용해 "경제구조가 취약해 지고 있는 가운데 내핍정책까지 시행되면서 부채는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그리스의 구제 자금으로는 240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스가 디폴트 위험에 다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대체할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의 한도를 5000억유로에서 7500억유로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국가들과 IMF 회원국들의 이견으로 추가 확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스, 4월 총선 이후에도 긴축이행 계속할까?
이번 구제금융 지원으로 그리스는 다음달 20일 만기 예정인 145억유로의 부채를 상환할 수 있게 되면서 당장의 디폴트 위기는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오는 4월 그리스 총선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긴축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시적으로 리스크는 봉합했지만, 그리스 사태가 중장기적인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다음달 1~2일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는 그리스가 구제금융 관련 긴축안을 제대로 이행할 지 감독·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민간채권단은 그리스 국채 손실분담을 위해 국채교환을 신청해야 한다. 민간채권단이 자발적으로 신청하지 않는 경우 집단행동조항(CACs: 채권자 다수가 동의하는 경우 모든 채권단에 강제적으로 적용)을 발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