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해외로 눈을 돌리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한테 해외 네트워크망이 있겠습니까, 사내 무역지원팀이 있겠습니까. 하물며 통역 인력 구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수출은 꿈도 못 꿉니다."
내수시장을 위주로 하는 중소기업들이 거래처 다변화 등을 위해 해외 진출에 힘쓰고 있지만 겹겹이 쌓인 장애물에 부딪쳐 좌절하고 있다.
지난달 반월·시화 산업단지에서 만난 한 전장부품 업체 대표는 "중소기업에게 해외 진출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6일 국내 중소기업 40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의 국제화 실태와 개선과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을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시장정보 부족'(35.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전문인력 부족'(20.9%)과 '자금부족'(17.1%), '현지 법적·제도적 규제'(15.4%) 등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막는 장벽으로 꼽혔다.
실제 태양광에너지 부품을 만드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해외 거래처를 늘리고 싶어도 해당 품목에 대한 시장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부품산업 특성상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완제품 업체는 물론 2·3차 부품업체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데 관련 정보가 부족해 해외 바이어와의 접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기관이 해외전시회나 바이어 상담회를 지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해외시장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중소기업에게 전달하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해당조사를 주관한 대한상의는 "해외시장 정보제공 등 지원 정책이 강화된다면 더 많은 중소기업이 국제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현재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향후 유럽(20.0%)과 미국(19.3%)으로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국·아세안을 선택한 응답자도 16.8%에 이르렀다.
중소기업의 해외 시장진출을 돕는 정부지원제도에 대해 조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56.7%)이 "이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정부지원 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60%의 업체들이 "정부지원 제도가 있는지 잘 몰랐다"고 대답했다. 제도는 마련됐지만 정작 필요한 손길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한국무역보험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관련 정부 부처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수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홍보 부족과 기업들의 정보 부족으로 '유명무실'화 된 셈이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강석구 대한상의 기업정책팀 팀장은 "중소기업은 워낙 인력이 적다보니 정부가 내놓는 정책이나 지원책을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고 정부가 먼저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홍보를 하고 있지도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강 팀장은 "지경부를 비롯해 코트라, 한국무역보험공사, 중진공 등의 관련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중소기업에게 수출지원책을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