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연 2.75%로 '인하'(상보)

경제성장률 하향 가능성에 금리 인하

입력 : 2012-10-11 오전 10:06:42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지난달 숨고르기에 나섰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세계의 경기부양 기조에 동참했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2.75%에서 3월 3%, 6월 3.25%로 3번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상했으나, 6월 이후 12개월 연속 동결했다. 하지만, 금통위는 13개월만인 지난 7월 3.00%로 0.25%포인트 인하한 뒤 3개월만에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섰다. 기준금리가 2%대인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에 접어든데다 그 영향이 신흥시장국까지 확대되면서 국내경기 지표가 크게 악화된 점이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기준금리 추이>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3%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는 속보치 대비로 0.1%포인트 하향 수정된 수치다. 이에 따라 2.6%였던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도 2.5%로 하향 조정됐다.
 
경상수지 역시 불황형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흑자 규모도 둔화됐다. 지난 8월 경상수지는 23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 7월의 61억4000만달러에서 급감했다. 수출은 7월 428억1000만달러로 전년대비 6.2% 감소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입도 404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나 위축됐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충격과 주요 선진국 경기 둔화 여파로 경제지표의 부진 등 성장 모멘텀이 크게 약화됐다”며 “대외 하방 리스크가 커진 것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국내외 경제둔화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는 성장률 제고를 위한 통화정책상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한은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날 오후 한은이 발표할 예정인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내외의 경제연구기관들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일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 전망치를 2.7%로 하향 조정했고 내년 성장률은 3.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하향 조정했다. 종전 KDI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3.6%로 전망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원 경제조사실장은 “경기가 계속 둔화되고 있고 4분기도 경제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번에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IMF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으로 인해 한은의 수정경제전망 역시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며 "이와 동시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진 상황에서 한은이 이를 반영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기에 호주가 두달 째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브라질, 스웨덴 등 세계 각국의 금리 인하가 잇따르자 세계 금리정책에 동조해야 한다는 판단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6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지난해 연 11.0%였던 기준금리가 올 8월에는 7.50% 수준까지 떨어졌다. 호주, 스웨덴, 필리핀은 올해 3차례씩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중국, 체코, 헝가리도 2차례 금리를 내렸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10월 초에 호주가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대외 금리차에 따른 통화가치 방어목적이 부각됐다"며 “해외자본 유입을 우려해 금통위가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GDP 갭이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한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 9일 한은은 1분기 0%였던 GDP 갭률이 올 2분기(-0.4%)부터 마이너스 국면에 돌입해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0.2%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내년 하반기까지 GDP 갭이 -0.3~-0.1%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GDP갭의 마이너스 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며 “한은이 경기둔화 방어를 위한 조치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위원도 “GDP갭 마이너스, 환율 하락의 부담이 있고 대외적으로도 주요국의 통화팽창이 이어지고 있다”며 “10월을 넘길 경우 정치적인 부담으로 기준금리 인하시기를 놓칠 것이라는 우려도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에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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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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