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 꿈처럼 신나지만..재미는 딱 6개월”

이택경·장병규·김길연 대표, 예비창업자들과 대담

입력 : 2012-10-12 오후 5:03:45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소프트웨어 업계 벤처창업 열풍이 한창이다. 갓 스무살을 넘긴 젊은이부터 한 분야서 오랜 기간 전문성을 쌓아온 중년층 직장인까지 너도 나도 여기에 뛰어들고 있다.
 
사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야망 있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비즈니스라 불릴 만하다. 전통적인 제조업과 달리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고정비용도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즉 쪽방에서 창업하더라도 누구나 대박을 낼 수 있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세르게이 브린 등 글로벌 IT기업의 창업자들이 모두 이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별이 빛나기 위해서는 주변이 캄캄해야 하는 법. 하나의 성공 뒤에 무수한 실패가 있음은 소프트웨어 업계라 하더라도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성공한 벤처사업가들이 말하는 창업의 어려움은 무엇일까.
 
12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주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디브온(DevOn) 2012'에서 대담자로 나온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다음 창업자),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네오위즈 창업자), 김길연 엔써즈 대표는 창업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창업, 꼭 해야 하나?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창업에 대한 강렬한 유혹을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학부 시절부터 김정주, 이해진 등 성공한 벤처사업가를 인생의 멘토로 설정하며 커리어를 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 꼭 해야 할까?
 
▲김길연 대표(이하 김) : 저는 휴학을 한 상태서 창업을 했어요. 처음에는 돌아갈 곳이 있으니 부담이 없었죠. 하지만 막상 실패하면 학교로 가거나 재취업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정말 인생을 걸어야 하더라고요.
 
▲장병규 대표(이하 장) : 굳이 창업을 할 필요는 없어요. 창업은 여러 가지 삶의 형태 중 하나일 뿐이에요. 경험을 쌓아 한 회사의 임원으로 성장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창업을 하면 좋은 점이 하나 있어요. 매일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죠. “내가 왜 이 힘든 것을 하고 있나.”
 
▲이택경 대표(이하 이) : 다음(035720)이 잘 됐으니 망정이지, 만약 망했으면 난 뭐하고 있을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길은 다양하게 있다고 봐요.
 
◇경영기획과 개발, 무엇이 먼저?
 
굳이 창업의 길을 선택한다면 가장 고민되는 게 어떻게 팀을 이룰 것인가 문제다. 개발자는 마케팅과 재무에 약하고, 경영기획자는 정작 프로그래밍을 못하기 때문. 과연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나.
 
▲김 : 흔히 개발자가 창업할 때 주변에서 우려하자나요. “프로그래밍만 하는 '오덕후'가 뭘 아느냐”고. 확실히 경영 및 기획에 대한 전문가가 필요한 것은 맞아요.
 
▲장 : 본엔젤스라는 투자사를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팀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는데요. 개발자가 경영이나 기획을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경영기획자가 엔지니어가 되기는 훨씬 힘들어요. 물론 전자의 경우 경영이나 기획을 모르니까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은 맞죠. 하지만 엔지니어 출신이라서 그런지 개발자가 우선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 저도 여기에 동의하는데 개발자는 직접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돈 떨어지면 SI(시스템통합) 등 용역을 하면 되요. 다음도 옛날에는 그랬고요. 하지만 경영기획자만 있으면 외주를 줘서 계속 돈이 들죠.
 
◇학벌, 얼마나 중요한가?
 
학벌은 한국사회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경 쓰고, 관심 갖는 사안이다. 소프트웨어 업계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투자 문제에서 많은 사람들이 학벌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그렇다면 실상은 어떨까.
 
▲장 : 연관이 있죠. 실제 똑똑한 사람들이 명문대에 많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논리적 상관관계는 전혀 없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탠포드 박사 3명이 모이면 무조건 투자받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것은 특수한 경우에요. 정말 전문가들이니까 대접받을 뿐이죠.
 
▲김 : 업종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전통적 IT기업, 혹은 기술회사라면 학벌이 영향을 끼치죠. 하지만 아이디어가 우선인 서비스사업 쪽은 필요가 크게 없는 것 같아요.
 
▲이 : 저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투자자마다 좀 성향이 다른 것 같아요. 학벌을 먼저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실적을 보는 사람도 있죠. 또 수익모델이 기업간 거래(B2B) 방식이냐,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방식이냐, 다른 것 같아요. 전자에 비해 후자가 중요성이 떨어지죠.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게 ‘아이디어만 있으면 대박 난다’는 말이다. 그만큼 창업에서 아이템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초체력이 없으면 결국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소용없다고도 주장한다. 과연 진실은?
 
▲김 : 기술 기반 회사를 운영하고 있긴 한데요. 아이디어 창업, 나쁘지 않다고 봐요. 다만 이것만으로는 반짝 성공해도 나중에 도태될 가능성이 있죠.
 
▲장 : 당연히 발상의 전환, 매우 중요하고요. 기술 창업과 달리 확실히 가치가 있어요. 다만 아이디어는 베끼기 쉬운 게 많아요. 특허로 보호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또 비용이 많이 들죠. 그래서 저는 투자할 때 실행력이나 학습력을 많이 봐요.
 
▲이 : 저도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봐요. 서울대에서 진행되는 창업 세미나에 간 적이 있는데 한 학생이 “내 아이디어는 대외비라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발표한 것을 보고 “나랑 똑같은 발상을 했네” 중얼거렸어요. 실소를 금치 못했죠.
 
◇마지막으로 후배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 대담은 슬슬 마무리가 됐다. 벤처창업으로 성공한 이들, 마지막으로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이 : 제 후배가 창업을 하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멋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너무 정신없고 머리가 아프다”고요. 정말 그래요. 그래서 처음에는 가볍게 갔으면 해요. 꿈은 크게 갖되, 일은 차근차근.
 
▲장 : 사업이란 남들이 뭐라고 말한다 해도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조언을 듣더라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을 많이 해야 되요. 근데 그게 굉장히 힘들답니다. 결국 결정하는 것은 모두 자기 몫이라는 것이죠. 팔랑귀가 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적극적이었으면 해요. 만약 개발자라서 경영기획자가 필요하면 당당히 경영대학으로 찾아가서 인재를 구하세요. 또 경영기획자라서 개발자가 필요하면 과감히 이런 행사에 와서 이들과 친분을 쌓으세요.
 
▲김 : 창업은 정말 준비과정이랑 이후 6개월까지만 재밌는 것 같아요. 명함에 사장이라고 나오면 멋있긴 하죠. 하지만 호프집에 가면 모두 다 사장님이에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 바로 생각이 달라지죠. 겉만 보지 말고 실상을 알고 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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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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