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지기자] 유럽연합(EU)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EU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EU가 지난 60년간 유럽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힘쓰고 민주주의와 인권 개선에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EU와 같은 지역공동체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유럽이 심각한 재정 위기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EU가 노벨위원회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 전 세계에서는 '받을 만 하다'는 축하 목소리 보다 '의외'라는 반응과 '눈썹을 찌푸리게 하는 결정'이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그리스와 스페인 등에서 재정 긴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EU의 평화상 수상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에서 이번 EU 수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수상 시기다. 일각에서는 위기 속에 허덕이고 있는 EU를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대변인은 "노벨 평화상 수상은 우리의 인내심에 큰 힘을 보태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인 텔레그래프지는 "노벨 평화상은 긴축안 시행에 따른 희생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EU를 격려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맬컴 리프킨드 전 영국 외무장관은 "유럽대륙의 화합을 위해 힘써온 점을 높이 평가해 상을 주는 것이라면 이번 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EU 모두에게 나눠서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냉전 이후 NATO가 평화를 지키는 데 그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나이젤 파레이즈 영국 독립당 당수는 "불명예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하며 "이번 결정으로 노벨 평화상의 권위가 떨어졌다"고 비난했다.
EU의 강대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네덜란드 정치인인 거트 와일더스는 "브뤼셀을 포함한 유럽 지역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EU에 노벨상을 수상하다니, 롬페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오스카상을 받게 되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한편, 노벨 평화상 시상식은 오는 12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누가 시상식에 나타날 지에 대해 갑논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요 외신들은 헤르만 반롬페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호세 마뉴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 마틴 슐츠 EU 의회 의장 등 세 사람이 유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금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노벨 평화상 상금은 92만1000유로(약 13억원)다. 유럽 재정위기를 진화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지만 구제금융에 보태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외신은 이번 상금을 5억 구성원 전부와 공유한다면 개인당 0.002유로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 놓기도 했다.
상금이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 수상은 누가 대표로 해야 하는지 등은 EU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