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하나둘 발표되면서 기업별 특성이 뚜렷이 대비되고 있다.
'고부가 특화 제품'과 'PVC(폴리염화비닐)나 PE(폴리에틸렌) 중심의 범용제품'으로 기업 간 특성이 극명히 나뉘었다.
◇LG화학, 특화제품 '선방' 요인..2차전지는 '글쎄'
LG화학(051910)의 3분기 실적은 매출액 5조8335억원, 영업이익 60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0.8%, 17%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글로벌 경기불황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직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19.5%나 상승해 LG화학의 다양한 판매제품 구성은 성공적이란 평가다.
LG화학은 엘라스토머, ABS, SAP(고흡수성 수지), 3D FPR(3D 편광판) 등 국내 어느 석유화학 기업보다 다양한 특화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중국의 수요 침체로 부진한 업황에도 불구하고 3분기 석유화학 부문 실적을 견인한 동인이다.
3분기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실적은 매출액 4조3662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3.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382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분기에 비해 27.5% 상승했다. 매출은 감소했지만 이익은 남는 이른바 '알짜배기' 장사를 한 셈이다.
LG화학은 시장 기대치를 만족시킨 실적 요인에 대해 엘라스토머, SAP 등 고부가 특화제품들의 제품가격 유지와 나프타 가격 하락 등을 꼽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핵심사업 중 하나인 2차전지가 LG화학의 회복에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차전지를 포함한 LG화학의 전지부문 3분기 실적은 매출액 6114억원, 영업이익 1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0% 급감했다. 석유화학 부문과 정반대 결과다.
LG화학은 노트북과 원통형전지가 주로 쓰이는 전동공구의 수요 감소를 주된 요인으로 지적했지만, 증권업계는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침체로 인한 부진도 큰 몫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전기차가 기대만큼 잘 나가지 않았다"며 "비싼 가격과 보조금 정책 등 복합적인 문제도 수요 부진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합성고무 일변도의 금호석유..대외 요인에 '휘청'
금호석유는 지난 9월 SBR(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 11만톤(t) 증설을 시작으로 오는 12월 SSBR(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 6만톤(t) 증설 등 합성고무를 통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호석유가 합성고무로 역량을 집중하는 원인을 계열사 금호타이어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와 중국 자동차 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지목했다.
실제 금호석유의 영업이익도 지난 2009년 1100억원, 2010년 6539억원, 2011년 8490억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재 수요는 2012년 급격히 줄었고,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 경제도 크게 둔화됐다. 중국의 급증하던 자동차 산업에 제동이 걸리자 합성고무 중심의 제품군은 오히려 금호석유 성장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선회했다.
지난 2분기 금호석유 실적은 매출액 1조5839억원, 영업이익 261억원으로 급감했다.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2.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8% 급감했다.
금호석유 관계자는 "중국과 금호타이어에 의존도가 커 대외악재에 노출돼 있다"며 "판매처 다양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곳과 협의를 하고 있어 판매처를 다변화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남석유, 고부가 포트폴리오 '절실'
호남석유(011170)는 3분기 매출액 4조1777억원, 영업이익 19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9.8% 감소했다.
업계는 호남석유의 최근 영업이익 급감에 대해 PVC, PE 등의 범용제품 위주의 제품군을 요인으로 지적했다.
호남석유는 LG화학의 탄성중합체인 '엘라스토머', 금호석유화학의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 한화케미칼의 '고함량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등의 주력 고부가 특화제품이 부재하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호남석유는 주원료인 나프타 가격 하락으로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5.8% 늘었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분기 1000달러를 육박하던 나프타 가격이 750달러 선까지 떨어지며 호남석유의 부담을 줄였다.
여기에 2분기 여수공장 정기 보수와 함께 진행한 증설물량(에틸렌 25만톤, 프로필렌 12.5만톤 등)이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된 덕에 매출액이 상승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남석유가 범용제품 위주의 제품군을 계속 가져간다면 원료가격 하락이나 경기 불황이 끝나지 않는 한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며 "제품군의 다변화 없이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최근 경향은 고부가 특화제품 비중의 증가다.
호남석유도 지난 10일 이탈리아 화학업체인 애니(ENI S.p.A.)사(社) 계열사인 베르사리스(Versalis)와 엘라스토머 합작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협약 내용은 호남석유화학 여수공장 부지에 베르사리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간 약 20만톤(t) 규모의 엘라스토머 공장을 건설해 오는 2015년 하반기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호남석유 관계자도 "회사 매출 대부분이 범용제품에서 나온다"며 "경기가 좋아지면 스패셜티(고부가 특화제품)를 다양화 하기 위한 투자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