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글로벌 증시의 상승 랠리 속에서 우리 증시는 상대적으로 약한 반응을 보였다.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는 복병들이 곳곳에 잠복해있기 때문이다.
현지시각으로 5일 뉴욕 다우지수가 미국의 시퀘스터(재정지출 자동삭감) 발동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데다 경제지표까지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우리 증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장 초반 코스피는 2033선을 터치했으나 안착하지 못하고, 전 거래일보다 4.13포인트(0.20%) 오른 2020.74에 장을 마쳤다.
일본 증시(2.13%), 필리핀(1.87%), 중국(1.37%), 인도네시아(1.26%) 가 넘는 상승세를 기록한 것에 비해 상승폭이 적었다.
이에 대해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해외 증시는 자금 유입이 강하게 들어오지만 우리 증시는 개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개인투자자의 수급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트라우마로 인해 지수가 상승하면 차익 실현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서다. 지속되는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투자자가 불안감을 느껴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도 한 이유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너무 많았고 수급주체에 대한 방향성이 없어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들어 증시가 2000선에 안착한 후 외국인들은 꾸준히 '사자'에 나섰지만 개인 투자자들 '팔자'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월 6조3060억원, 2월 4조271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각각 5조6349억원, 1조29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주식거래액은 지난해 9월 104조3385억원을 기록한 뒤 5개월 연속 100조원을 하회했다. 하루 거래대금도 4조~5조원대에 그치고 있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전·차(IT·자동차) 등과 같은 주도주가 없는 것도 증시 비활성화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 전업투자자는 "과거에는 주도주 위주로 개미들이 투자에 뛰어 들었으나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또 수십억을 운용하는 큰 손들이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급격히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펀드환매 압력에 시달리는 투신업계의 강한 매도세도 증시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요인이다. 지난달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하자 투신은 7거래일 동안 총 8288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아울러 중국과 일본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부실산업 구조조정과 내수확대를 통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일본은 아베 정부의 강력한 엔저정책을 기반으로 수출 중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일본경제 부흥을 추친하고 있다.
일부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고 있으나 기업의 실적 개선 등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조익재 하이투자 센터장은 "글로벌증시와 달리 우리증시는 탄력이 많이 약하다"며 "수급도 탄탄하지 않아 오를만하면 환매가 많이 나오고 기업 이익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돈의 힘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며 "금융완화조치를 취한 미국을 비롯한 일본 등 국가의 부채비율이 높은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