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자신을 인터넷 논객 '박대성'이라고 소개한 '가짜' 미네르바를 '진짜'로 소개하는 기사를 보도했다가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이 남성에게 폭언을 퍼부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언론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치심과 충격에서 비롯된 욕설은 협박이라기 보다 일시적인 분노의 표출이란 것이 판결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부(재판장 박관근)는 협박 혐의로 기소된 월간지 편집장 출신 송모씨(53)에게 벌금 100만원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가짜 미네르바라는 것을 안 순간 여러 달 동안 농락당했다는 충격과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오보를 했다는 언론인으로서의 수치심 등에 빠졌을 것"이라며 "피해자는 화난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처음부터 피고인과의 자리를 피할 수도 있었고 당시 월간지 편집장이던 피고인은 오보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피고인의 일부 발언은 일시적·감정적 분노표시에 불과하고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모 일간지에 입사해 2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한 송씨는 2008년 모 월간지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지인으로부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행세를 하던 김모씨를 소개받았다.
국민적으로 미네르바의 글에 관심이 높던 차에 송씨는 김씨에 관한 기사를 자신이 일하는 월간지 지면에 기획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김씨는 일반에 알려진 진짜 미네르바가 아닌 똑같은 필명을 사용하던 또 하나의 미네르바에 불과했다.
검찰이 진짜 미네르바를 체포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된 송씨는 이씨를 호텔방에서 만나 "죽는다, 너 진짜" 등의 폭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 재판부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