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대한민국 청와대 대변인의 더러운 손이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는 요즘 미국이 흥분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이른바 표적 세무조사 논란인데요.
미국 세무당국이 지난해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반대했던 '반(反) 오바마' 성향의 유권자 운동단체들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로 세무조사를 벌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국세청(IRS)이 이들 단체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기 위해 세무조사 기준까지 바꿨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보수단체들과 야당인 공화당은 정치 세무조사 사실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의 '권력남용'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고 합니다.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은 이번 사건을 "21세기 미국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로 꼽았습니다. 민주주의의 교과서로 꼽히는 미국에서 세무조사가 정치에 이용된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1세기 미국의 정치 세무조사 논란을 지켜보자니 우리의 앞날은 더 캄캄한듯 합니다.
불과 4년전에 정치 세무조사를 통해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았던 것이 대한민국 세정의 현실이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정치 세무조사는 이미 권력교체기 때마다 불거졌던 익숙한 이야기가 돼 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전 정권을 겨냥한 세무조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가 대표로 있던 골프장을 시작으로 후원기업들은 물론 노 전 대통령이 자주 들렀다는 병원, 심지어 단골 삼계탕집까지도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후원기업이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검찰조사로까지 이어져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역사적 상처까지 남겼습니다.
당시 국세청은 정치적인 표적 세무조사가 아니라고 발뺌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후원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만 국세청 본청의 별도지휘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었죠.
지난해 국정감사 때에는 당시 국세청장이던 한상률 전 청장이 직접 세무조사에 개입했다는 증언이 담긴 검찰조사 영상까지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정치로 물든 세무조사의 칼날은 이명박 전 대통령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 사촌처남이 사장으로 있는 기업이 올초 특별세무조사를 받았고, 이 전 대통령때 4대강 사업으로 재미를 본 기업들도 조사선상에 올라 있죠.
박근혜 정부는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세무조사의 칼날이 자신이 휘둘렀던 것처럼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모릅니다.
곧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4주기가 다가옵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까지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세상에서 국세청의 정치 세무조사가 사라지는 걸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아득한 일일까요.
민주주의가 가장 앞선다는 미국에서의 정치 세무조사 논란을 지켜보는 마음이 점점 무거워질 따름입니다.
신록이 한창이지만 정치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한 겨울 들판에 서있는 것처럼 스산합니다.